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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우리 손으로 쿼터 지키기
강병진 2009-11-23

2006년 7월, 스크린쿼터 원상회복과 한-미 FTA 2차 협상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 현장

뜻밖의 전시회가 열린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와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그리고 문화다양성포럼이 계획한 <스크린쿼터 기금마련전>이다. 영화인을 비롯해 미술가, 사진가, 만화가 등이 소장작품을 내놓는 자리로 11월24일부터 30일까지 북촌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임권택, 박찬욱, 이준익, 봉준호, 장동건, 신민아 등의 영화인과 신학철, 주재환, 박재동 등 64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는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심은하의 그림을 내놓았는데, “빨리 가서 도로 사야 하나 싶다”고. ‘기금마련’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판매가 목적이지만 연말맞이 자선행사는 아니다. 수익금은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쿼터감시활동에 쓰인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에 돈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보조금이 끊겼기 때문이다(<씨네21> 715호 포커스 ‘찍힌 단체엔 10원 한장 없었네’ 참조).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7월16일 ‘2009년 영화단체사업지원’ 결과를 발표했다. 인디포럼 작가회의의 ‘인디포럼 2009’, 전북독립영화협회의 ‘제9회 전북독립영화제’,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제13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 인권운동사랑방의 제13회 서울인권영화제,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왔던 사업이 심사결과 제외됐다. 매년 같은 단체를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들 단체의 사업이 내부심사에서 지원 적합 판정을 받았는데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석연치 않았다. 지난 10월16일,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09년 영화단체지원사업 예비심사합계표’에 따르면 이들은 예비심사평가점수에서 평균 70점 이상을 받았고, 행사 진행 경험을 감안해 지원대상으로 분류됐었다. 심사과정과 발표 결과가 달라진 상황에서 정부의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단체가 촛불시위에 참가했다는 점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혹이 있다. 영진위는 지난 4월29일, 2009년 영화단체사업지원에서 정책사업으로 분류한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업에 대해 “민간경상보조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의 사유로 차후 재심의”하겠다고 했었다. 감사원은 지난 11월2일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실태 감사결과를 중간발표했다. 문제로 거론된 단체 명단에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없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영진위가 감사결과에 대한 ‘추정’을 바탕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감사원의 전체 발표가 있을 오는 12월에는 더욱 구체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다. <스크린쿼터 기금마련전>은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한 행사인 셈이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외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단체의 자구책과 대응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인디포럼은 지난 9월, 일일호프 형식으로 채무변제파티를 열었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은 ‘제13회 국제노동영화제’를 여러 노동조합으로부터 십시일반으로 거둔 자금을 활용해 개최할 예정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단체와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지원이 끊겼다고 해서 활동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게 가장 절박한 속사정일 것이다.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는 “어쨌든 스크린쿼터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계로부터 지지를 받은 제도 아닌가. FTA의 선물로 사라졌지만, 복구할 수 있는 방안은 연구해야 한다. 기금마련 전시회는 최소 인원과 간판만이라도 유지하자는 의지로 마련했다.” 이번 행사를 정치적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그의 가장 큰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