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소설을 쓰면서 의식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우익청년 탄생기(성장기)’를 써보겠다는 것이었다. 건전한 상식과 나름의 철학을 토대로 한 우파가 득세한 나라에서는 ‘우익청년 일대기’로 분류될 수 있는 소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을뿐더러 부도덕한 우파가 득세한 나라에서는 ‘우익청년 일대기’가 나올 수 없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학이 줄창 ‘좌익청년 일대기’만 쏟아냈던 까닭이 거기 있다.” 장정일이 말한 대로, <구월의 이틀>은 우익청년 탄생기를 다룬 책이다. 동시에, 이제는 세상을 뜬 두 전직 대통령의 임기, 그중에도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탄핵 소추 문제로 나라가 들끓기까지의 대한민국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이십대의 문턱에 선 두 청년이다. 이름은 금과 은. 금은 전라도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가 참여정부의 일원이 되는 바람에 어렵사리 서울에 자리를 잡고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은은 경상도 출신으로 (심지어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에도 친척 덕에) 돈 걱정 없이 서울에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이 둘은 고속도로에서 어떤 사고로 인해 처음 얼굴을 마주하고, 이어 같은 대학에 입학해 우연히 수업에서 만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금과 은이 나고 자란 지역의 정치적 색깔은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지만, 초반에는 이들에게 정치는 큰 관심사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금은 우연히 알게 된 연상녀와 섹스를 위해 수도 없이 벨트를 매고 풀기를 반복하고, 은은 영리한 삶을 살기 위해 자기 계발의 화신이 되어간다.
“우익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난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느냐가, 우익청년 탄생의 비밀이다”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고, 금과 은은 출신지역이나 출신계급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완전히 다른 출신성분을 가졌다 해도 금과 은의 이야기는 매끈하게 절개되어 평행선을 긋는 대신 두 줄기 강물이 물머리에서 만나듯 뒤섞인다. 그 과정에서 은은 일제와 독재에 부역한 원죄가 있는 구우익, 좌파에 대한 원한이나 피해의식이 있는 뉴라이트와 다른, 영라이트, 퓨어라이트가 된다. 우익청년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장정일의 생각과 추론이 소설로 화했다. 하지만, 정말 청년이 보수 혹은 우익이 되는 게 이런 식의 논리전개를 통해서일까. 요즈음의 한국사회를 바라보며 진짜 궁금한 건 지금까지 흔히 이러쿵저러쿵 말해온 것과는 다른, 젊은 세대의 좌/우 성장이 아닌가. 가난하게 자랐기 때문에 자기 계발의 노예가 되고 우익으로 성장하는 경우, 부유하게 자라 여러 나라를 경험하고 옳은 것보다 취향에 맞아 진보를 외치는 경우, 대학생 때 진보였지만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빠르게 ‘우향우’로 돌아서는 경우…. 이야기가 끝나도 고민이 끝나지 않는, <구월의 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