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배틀로얄>이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하나의 국가가 존재하고, 그 국가의 지배를 받는 12개 구역의 강제로 선발된 대표들이 갇힌 공간에서 서로를 죽인다는 설정, 그리고 최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인원은 단 한명이라는 점. <헝거게임>의 설정은 어느 모로 보나 <배틀로얄> 시리즈의 그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면면은 오히려 <해리 포터>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대체 이 세 유형의 영화가 엮일 수는 있는 것이냐고? <헝거게임>을 보니 가능하더라. 먼저 각 구역에서 뽑힌 24명의 전사들이 독재국가 판엠의 수도인 캐피톨에 화려하게 입장하는 장면은 <해리 포터> 속 호그와트의 연회식 행사를 떠올리게 한다. 12구역의 대표로 나선 여주인공 캣니스를 가르치는 헤이미치는 한심하지만 늘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해그리드와 닮은꼴이고 말이다. 한편 캣니스가 함께 구역 멤버로 뽑힌 빵집 아들 피타와 ‘금지된 사랑’을 운운하며 낯간지러운 대사를 나눌 땐 여지없이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벨라 커플이 떠오른다. 여기에 ‘헝거게임’이 24시간 생방송 리얼리티 쇼라는 점, 전사들이 흥미로운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화끈한 로맨스를 선보일 때 스폰서가 더 많이 붙는다는 설정이 추가된다. 책 전체에서 상업적인 냄새가 풀풀 나지만, 그게 얄밉지는 않으며 끝까지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