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지수 ★★★★★ 글과 사진의 조화 지수 ★★★★
이게 다 땅이 좁기 때문이다. <작가의 집>에 나오는 전세계 작가들의 집구경에 넋을 놓고 있다가 내린 뜬금없는 결론이다. 좋다는 서재에 대한 취재를 했던 때, 놀랍게도 큰 아파트인가 작은 아파트인가가 서재의 우아함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임을, 그게 땅 좁고 집값 비싼 나라에서 작가로 먹고사는 일의 고충임을 깨달았다. <작가의 집>은 헤르만 헤세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 윌리엄 포크너가 가장 활발히 작품을 써내던 시기에 그들에게 지붕을 준 공간들에 대한 사진과 글을 담고 있다. 집은 대개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 주변에는 집보다 오래 존재해온 자연이 존재한다. 작가의 집필실은 바다나 정원, 하늘, 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창이나 문이 있는 방에 마련된다. 프랑스 소설가인 장 지오노는 “이 마을에서 집 밖으로 20년 이상 나가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놀라운 경관의 마을은 늘 자발적 칩거를 유발한다”라고 말하며 집과 고향을 칭송했다. 이 책에는 글쓰기에 성공적으로 미친 사람들이 자발적 칩거를 행한 공간이 한가득이다.
유명한 작가의 집 중에서도 특별한 아름다움을 가진 집을 골라 소개한 책이라 아무래도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넓고 우아한 집이 대부분을 이룬다. 그중 몇채의 집이 가진 아름다움은 단순히 그 주인의 명성에 뿌리를 둔 것만은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의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의 시인 마리 색빌웨스트의 정원은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불리며 내셔널 트러스트의 관리를 받고 있다. <닐스의 모험>을 썼고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셀마 라게를뢰프는 삶의 후반에 글보다 농장 가꾸기에 열중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집은 그녀가 썼던 작품의 몇몇 장면을 옮겨놓은 것 같은 정원을 지녔고, 장 콕토의 집 장식물들은 그의 시처럼 이상야릇한 데가 있다. 크누트 함순과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집은 그들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들불처럼 번지게 한다. 집구경, 서재구경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시간이 간다. 이 책은 사망한 작가의 집을 주로 다루고 있다. 살아 있는 해외 작가의 서재가 궁금한 사람들은 영국 가디언 사이트(www.guardian.co.uk)에서 연재하는 작가의 방(writer’s room) 연재를 참고하길. 쓰레기통 같은 종이무더기 서재에서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한 초럭셔리 서재까지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