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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의 영화 판.판.판] 장관님의 카리스마
문석 2009-11-16

2009년 10월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사진 찍지마! XX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이라고 사진기자에게 소리쳤을 때부터 알아봤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원래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모양이다. 11월12일 영화진흥위원회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영화진흥위원회 개혁방안 보고’ 자리에서 그의 성격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많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유 장관은 대종상에 관해서 “계속 말이 많으면 지원하지 마세요”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국제영화제에 관해서는 “한국 영화제들은 너무 겉으로 보이는 개·폐막식 등 행사에 많은 돈을 쓴다”면서 “국가보조금을 전면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날 자리는 조희문 신임 위원장 취임 이후 영진위가 유 장관에게 처음으로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였다. 조희문 위원장이 개혁방안을 설명하고 정초신 부위원장, 이덕화 위원 등이 자신의 견해를 밝힐 때만 해도 보통 정부기관의 업무보고처럼 평안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영진위 직원들의 ‘자유토론’ 시간이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진흥사업부 한 직원이 부가판권사업 관련 내용을 이야기하자 유 장관은 갑자기 “부가판권시장 규모가 얼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때부터 분위기는 유인촌 장관이 질문을 던지고 영진위 직원이 답하면 유 장관이 다시 견해를 밝히는 쪽으로 바뀌었다. 유 장관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가 몇편이냐?” “그중 영진위가 지원한 작품은 몇편이냐?” “독립영화에 제작비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 “한국영화가 산업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냐?” 같은 질문을 거듭 던졌다. 직원들은 우물쭈물하면서 답변을 했고, 그때마다 유 장관은 자신의 견해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조희문 위원장이 답변하려 할 때마다 그는 “오늘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라면서 실무자와 직접 대화를 나눴다. 이덕화 위원이 “보고받으러 오신 겁니까, 보고하러 오신 겁니까”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이날 그의 요지는 “오늘 보고에는 방안만 있지 근본적인 원칙과 철학이 없다”는 것이었다.

유 장관은 “오늘 마음먹고 왔다”고 말했다. 전임 강한섭 위원장이 불명예롭게 퇴진한 이후 영진위에 강력한 개혁 주문을 했던 그는 조 위원장이 2개월에 걸쳐 준비한 ‘개혁방안’이 성에 차지 않는 듯, 좀더 철저한 고민을 주문하고 “12월 말 다시 보자”면서 이날 자리를 마쳤다.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인 유 장관의 행보는 이미 얼마 전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직원과 대화에서 예견됐다. 장관이 직접 산하 기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몰두하는 듯 보였다. 이를테면 영진위의 부산 이전에 관한 문제가 그랬다. 2012년 12월까지 신축 청사에 입주하겠다는 영진위 계획에 대해 그는 “내년에 갑시다. 꼭 집(청사)은 지어야 되나? 임대하면 되잖아요. 나는 가능하면 빨리 보내려고 해요”라며 사실상 ‘지시’를 내렸다. 정부 부처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야 잘못이 아니지만, “대화하러 왔다”면서 소나기처럼 자기 주장만 퍼붓는 태도는 자극은 줄 수 있을지언정 조직원의 자발적 동의와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게 뻔하다. 12월에 다시 열릴 회의와 ‘막걸리 파티’ 때는 유 장관의 ‘열린 카리스마’를 기대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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