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발급이나 인터넷 변경 등을 권유하는 이들도 신앙생활자들처럼 집요하게 옷소매를 잡아 끈다. 이런 식의 사생활 침해형 영업 방식 참 싫다. 보통은 “관심없습니다” 하며 돌아서는데, 최근 만난 그녀는 엘리베이터 안까지 쫓아왔다. 광고지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거칠다 못해 나무껍질 같아진 손을 보게 돼서다. 나에게는 호불호지만 그녀에게는 생계가 걸린 일당인데 싶었다. 저인망식 영업방식, 홍보비의 상품비 전가, 지구 쓰레기를 만드는 광고지 더미는 물론 싫지만, 나의 취향과 세계관이 저들의 밥그릇보다 우선일까. 이 가을, 나 생각이 너무 많아진 거니?
초등학생에게 꿈을 물었더니 ‘부자’라는 대답이 제일 많았다는 보도를 봤다. 그 다음은 아마 “대학 가서 생각할래요”가 아니었을까 싶다. 정작 대학 교수님들은 요즘 대학생들이 영어와 자격증 시험 문제집 더미에 묻혀 좀비처럼 산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단 한번도 좀비처럼 안 살아본 인생이 오히려 안타깝다. 3루타에서 태어나고도 자신이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잖아.
모든 애들이 글로벌 리더가 되어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남매가 될 수도, 될 필요도 없다. 애들이 그런 꿈만 꾸는 게 더 무섭지. 시간 여행을 해보면 나도 무슨 대단한 꿈이 있었나? 저녁에 엄마가 닭고기 해줬으면 좋겠다(유년 시절), 가슴이 짝꿍보다 더 컸으면 좋겠다(소녀 시절), 따위 아니었던가. 그래도 이렇게 훌륭한 매체에 톱필자로 자리잡고서, 으하하, 막 이런 훈수도 두고 있다고. 결국 우리를 키우고 규정하는 것은 꿈이 아니라 일상의 태도 아닐까. 거기에 미실의 말처럼 하늘의 뜻이 조금 필요한 것뿐이겠지.
수능 본 친구들, 이 시험이 끝이 아닌 게 약간 거시기하지만 빼빼로 남았거든 그거 씹으면서 일단 영화나 한편 보고 낙엽도 실컷 밟으렴. 시험 좀 못 봐도 교양있고 상식있는 성인으로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단다. 서울대 나와 서울대 총장까지 지내고도 731부대가 뭔지 몰라 개망신당하는, 시험만 잘 본 분도 계신데 뭘. 인생에서 중요한 건 제 밥벌이 제 손으로 하는 것이고 남의 밥그릇 안 빼앗는 거란다.
그리고 가끔 주변도 돌아보고. 그냥 보지만 말고 생각도 좀 하고. 굿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