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에 남자친구와 전화로 싸우고 손톱을 물어뜯다가 트레이닝 차림으로 편의점에 달려가 초콜릿바를 사와서 한입에 해치운 뒤 굳이 이를 닦지 않고 잘 때의 이상한 만족감이라는 걸 아시는지. ‘현 상황에 대한 불만족+욕구 불만+분노+나쁜 짓+더 나쁜 짓’인 일련의 행동을 했을 때 느끼는 딱 그런 것. <워너비 윈투어>를 읽으면서 즐거웠던 기분이 그랬다. 뒤표지 문구는 ‘고졸 학력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타임> 선정 세계 파워우먼이 되기까지’로 되어 있지만, 이 책을 보면 (<보그> 편집장이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안나 윈투어는 유명한 언론인 아버지를 두었고, 유명 예술가와 상류층에 닿는 연줄을 어려서부터 잘 활용할 줄 아는 여자였다. 애초에 타고난 계급부터 남달랐는데 야망은 더 남달랐다. 일반화가 불가능한 아주 특별한 성공담인 셈이다. 이 책을 읽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분발했다가는 회사에서 쫓겨날 듯. 하지만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마치 알 카포네의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동물의 왕국> 혹은 재난영화를 볼 때 느끼는 경이로움이라고 할까. 윈투어의 라이벌로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이 된 리즈 틸버리스와의 일전을 그린 대목은 특히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