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살림꾼이자 유희형 요리인을 자처하는 <이기적 식탁>의 저자 이주희는 이 책이 감동의 음식 에세이도, 유용한 밑반찬과 찌개 요리책도, 화려한 사진의 쿡북(cook book)도 아니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이타적인 식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기적인 식탁을 차리는 사람이라고. 정말이지 딱 그런 책이다. 아들, 딸, 남편이나 아내, 애인에게 차려줄 식탁의 힌트를 얻기에도 유용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에 환호할 사람은 먹기를 좋아하는 독신자다. 요리를 잘할 필요도 없다. 먹는 걸 좋아해서 먹어본 맛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시도를 할 정도면 충분하다.
일상 이야기 하나와 그에 맞는 음식의 레시피 하나. 그 둘이 얼마나 개연성있게 붙어 있는지를 따지면 약간 의아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야기는 읽는 맛이 쏠쏠하고 레시피는 매우 실현 가능하다. 토마토소스 만들기부터 똠양꿍에 조개탕까지, 참 중구난방의 메뉴를 잘도 끌어모았다. 먹고 싶은 건 많고 변덕은 죽 끓듯 한 사람에게, 요리의 달인이 될 생각은 없고 그저 당장 혀가 찾는 맛을 손끝에서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에게 매력적인 책이다. 책 가운데 뚫린 구멍은, 이 책의 쓰임새를 위해 저자가 많은 고민을 했음을 알려주는 작은 단서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