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새로운 팀이 생겼다. 지난 10월30일, 4부4센터로 조직을 개편한 영진위는 기획관리부 산하 ‘고객지원 TF팀’을 신설했다. 담당업무는 통합민원운영, 고객관리, 윤리경영이다. 영진위의 주 고객이 영화인인 걸 감안할 때 영화인들의 요구 및 민원사항들을 관리하고 이를 신속 정확하게 해결하는 팀인 듯 보인다. 그럼 윤리경영 업무란 무엇일까. 영진위의 모든 사업에서 공공기관의 3대 덕목인 투명성과 공정성, 공공성을 확립시키기 위해 감시 혹은 관리를 한다는 걸까. 김도선 사무국장 직무대리는 말한다. “현안에 따른 일부 프로젝트들을 담당하는 팀이다. 명칭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상상력이 풍부하면 더 많은 업무도 예상할 수 있는 팀일 것이다. 어쨌든 “팀간 유사 기능을 통폐합하고 연계를 강화해 조직을 슬림화했다”는 배경에서 볼 때 새로운 팀을 신설했다는 건 흥미로운 점이다. 무엇보다 정체가 궁금하다.
조직개편을 맞아 고객지원 TF팀에 소속된 한 직원은 “테스크가 없는 테스크팀”이라고 말했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기존에 하던 업무를 여기 와서 하는 건데, 결재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랄까.” 이 팀에 발령을 받은 팀원들의 면면을 볼 때 “준대기발령”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상당수가 영진위 노조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 지난 3월 영진위 사측이 계약직 재임용 심의를 위한 인사위원회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고소했던 영진위 노조 간부들이다. 말하자면 보복성 인사, ‘보복’이란 단어가 심한 표현이라면 ‘징계성 인사’차원에서 신설된 팀일 가능성이 높다. 그게 아니라 영화인들을 위해 신설했다면 앞으로 고객지원 TF팀의 활약을 기대해보면 될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위치변화다. 기존 조직에서는 사무국으로부터 독립된 곳이었다. 원장의 전결하에 업무가 결정됐고, 민감한 현안은 바로 위원장과 협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편된 조직도에서는 사무국장의 결재를 통하게 되어 있다. 영화아카데미의 박기용 원장은 “명칭과 원장이 남았지만, 사실상 위상이 격하된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적인 시스템이었던 영화아카데미가 영진위 내의 한 부서가 된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진위는 개편협의 과정에서 ‘영화아카데미’란 명칭까지 없애려 했었다. 대체 명칭은 ‘영화인력개발지원센터’였다. 기존 브랜드는 남았지만, 앞으로 영화아카데미는 영화인 재교육사업과 영화인근로환경개선사업을 함께 담당하는 조직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박기용 원장은 “답답하다”고 말했다. “영화아카데미의 설립목적은 신규 인력양성이었다. 지난 25년간 목적에 충실해왔다. 왜 손을 대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설득도 했고, 여러 자료도 제시했지만 듣지를 않는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일단 영진위쪽에서 말하는 배경은 “민간과 공공기능의 중복”이다. 김도선 사무국장 직무대리는 “신규 인력양성은 이미 대학 영화학과에서도 하고 있고, 국가적으로는 영상원과 중복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앞으로 여러 논의를 통해 합리적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자주 들었던 이야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 당시 여러 기사에서 발췌된 문화미래포럼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회의 주장이다. 고객지원 TF팀이란 이름으로 노조 관계자들을 징계한 것이나, 영화아카데미의 위상을 격하한 것이나 영화계의 지적은 아닐 것 같다. “(정부가)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는 기조로 만들어진 영진위가 영화계 외의 사람들에게 받은 간섭으로 인한 결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