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1월 2일(화) 오후 2시 장소 영등포 CGV
이 영화 2009년, 일군의 과학자들이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태양 흑점의 폭발로 튀어나온 뉴트리노가 지구 내부를 끓어오르게 만들어 급속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강대국들은 3년 동안 선별된 지구인을 피난시킬 방주를 건설해왔고, 2012년이 되자 결국 전세계는 멸망하기 시작한다. 이혼한 소설가 잭슨(존 쿠색)은 정부 계획을 알아채고는 무너지는 LA에서 가족을 구해 피난길에 오른다.
100자평
지구 파괴에 열을 올리는 롤랜드 에머리히가 돌아왔다. 쌍욕을 한 몸에 받았던 졸작 <10,000 BC>의 수모를 만회하기 위함인지, 그는 또 다시 재난 블록버스터를 선택했다. <2012>는 땅이 갈라지고 빌딩들이 픽픽 쓰러지며 거대한 산을 집어 삼키는 해일의 모습을 담은 예고편만으로도 '역대 최고의 재난 영화'가 되리라는 기대감을 심어준 영화다. 간단히 말해서 예고편의 영향으로 ‘이번엔 뭔가 보여주겠지’란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면 그 기대를 접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2012>는 그런 관객들에게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영화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인데, 안 봐도 대충 그림 다 나오잖아' 쪽이라면 그럭저럭 즐기는 수준은 된다. <2012>는 역대 최고의 재난 영화와는 이승과 저승의 차이만큼 거리가 멀며, 평균적인 재난 영화들의 그룹에 간신히 턱걸이로 들어가는 정도다. 이 모든 것이 지적 능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형편없는 드라마로 영화를 밀어붙이는 감독의 연출 능력 탓이다. 물론 분명한 장점도 있다. <2012>에서 묘사한 재난 장면들의 퀄리티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진과 해일, 화산 폭발, 거대한 유람선의 침몰까지 현대 재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쓸어 담았다. 그것은 정말 압도적이다. 하지만 <2012>는 재난 상황만 보여줄 뿐,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하지 못한다. 지진이 도시를 삼켜도, 화염이 대지를 잿더미로 만들어도 긴장과 공포를 느낄 수 없다. 그 재난을 마주하며 고통을 받고 죽음에 이르는 인간들의 절절한 드라마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모든 재난 영화의 핵심은 휴머니즘이다. 기본을 망각한 <2012>는 짧은 순간 눈을 사로잡고 즐거움을 주지만, 그 나머지는 마냥 지루하다. 김종철 <익스트림 무비> 편집장
재난의 스펙터클만을 기대한다면 <2012>는 괜찮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문제는 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인(그리고 돈이 많이 들었을) 재난 장면이 이미 인터넷으로 모조리 공개된 초반 LA 침몰장면이라는거다. 재난을 부르짖는 관객이라면 그 부분만 아이맥스로 보고 나와도 말리진 않겠다. 이야기와 캐릭터는 딱 롤랜드 에머리히 영화답다. 그나마 <10,000 BC>의 시나리오가 네안데르탈인 지능으로 쓴거라면 <2012>는 크로마뇽인 지능 정도는 된다. 주인공 가족은 재난영화 역사상 최고의 민폐 캐릭터로, 이럴거면 차라리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웅을 등장시키는게 낫겠다. 김도훈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