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무슨 상 수상작품집이라고 적힌 책을 사서 읽는 이유는? 그 상을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올해는 누가 받았나’ 혹은 ‘어떻게 쓰면 받나’가 궁금해서 읽는다. 어쩌다 보니 몇년간 그 상 수상잡품집을 쭉 읽어왔으므로 올해도 읽는다(내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쭈욱 읽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무슨 상이건 상받을 정도면 기본은 하겠지 싶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읽어본다…. 마치 아티스트 이름이 ‘various artists’(여러 가수들)라고 적혀 있는 베스트 어쩌고 하는 편집음반을 듣는 것처럼 다 읽고 책 한권 뗀 느낌은 덜하지만 트렌드를 한큐에 꿴 듯한 기분이기도 하고…. 그 작가를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고…. 그래서 이 글은, 이런 유의 수상작품집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 제안이다. 한해 한 나라에서 발표되었다는 걸 제외하면 아무 공통점도 없는 단편들을 묶은 책을 재밌게 읽으려면?
첫 번째. 상을 받은 작가의 수상 소감을 읽는다. 소설상 이름은 대개 유명한 소설가의 이름을 따 지어지는데, 그 작가와의 인연을 떠올리느라 고심하는 작가의 모습은 언제나 약간은 재미있다. 수상소감은 100m 미녀 같아서, 얼핏 보면 다 기쁨 일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누구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누구는 저항하고 있고, 누구는 체념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얼굴.
두 번째. 수상작품을 읽는다. 여기서 제9회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박민규의 <근처>를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열심히 일하며 평범하게 살다가 나이 마흔 독신의 몸으로 죽을 날을 받아놓은 간암 말기 환자가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늙었다기보다는, 지친 느낌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 친구들과 묻은 타임캡슐을 꺼내보고,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의 동창회에 나간다. 그리고 여자 동창을 만난다. 다른 친구들 말로는 그녀가 고질적인 돈문제를 일으키는 모양이지만…. 그런 이야기다.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린 그의 또 다른 단편 <낮잠>이 떠오른다. ‘근처’(近處)가 이렇게 아픈 단어였던가.
세 번째.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그 다음엔 수록 순서를 무시하고 내키는 대로 읽어야 한다. 아는 작가 순서도 좋고, 일러스트로 표현된 작가 얼굴에 끌리는 순서로 읽어도 좋고, 제목이 마음에 드는 순서라든가… 뭐든. 그리고 하룻밤에 다 읽겠다든가 하는 생각은 버리고 가능하면 한번에 하나씩 읽는다. 초밥을 먹을 때 사이사이에 생강절임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 낫고 말고를 떠나 다르기 때문에, 아예 따로 읽는 편이 그 맛을 느끼기 좋다.
네 번째. 최후의 관문이다. 당신이 수상작을 다시 한번 골라보라. 제일 좋은 작품이 상을 받았겠지 하고 슬쩍 판단을 미루지 말아라. 그래서 내가 이 책에서 고른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