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 쳇 레이모는 37년간 같은 길을 걸어 직장인 스톤힐대학으로 출퇴근했다. 그 길엔 100년 묵은 집들이 늘어선 거리가 나오고 숲과 들을 지나고 개울을 가로질러 오래된 과수원과 마을 정원을 통과한다. 레이모는 그 1마일에서 우주를 발견하는 특별한 산책으로 독자를 이끈다. 천문학자로서의 지식, 나이든 학자로서의 지혜, 그리고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 길을 우리가 걸을 수 없으므로 무슨 소용이겠는가 묻는다면, 이 책을 읽는 것으로 그 길 위에 설 수 있다고 말하겠다. 그가 본 것을 글로 쓰면 나는 상상해 풍경을 그려낸다. 숱한 꽃이름과 새이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스팔트킨트로 살아온 게 못내 아쉽다.
<1마일 속의 우주>에는 대단한 유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천동지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산책자의 발걸음으로, 그 느릿한 속도로 주변을 둘러보고, 본 것에 대해 찾고 공부하고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담았다. 겨울에 스케이트를 타는 연못 이야기를 하다가 밀도가 어쩌고 어는점이 어쩌고 하는 걸 보면 영락없이 과학자로군 싶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빌 브라이슨이라면 농담을 할 타이밍에 레이모는 과학 이야기를 꺼내므로 과학치가 읽기에는 무서운 순간도 있었다). 산책자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1마일 속의 우주>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