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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델리] 나도 몰랐던 인도로 인도하소서

상가와 사무실이 밀집한 델리의 코노트 플레이스(Connaught Place) 지역에는 반경 500m 안에 세개의 극장이 들어서 있다. 리갈 극장과 플라자 극장은 각각 1932년과 1933년에 세워진 극장들로 조만간 팔순을 바라본다. 3년 전 문을 닫았다가 지난 9개월간 18억5천만원을 들여 새 단장을 마친 오데온 극장은 올해 칠순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외모로 귀환하여 선배 극장들의 아성에 도전한다. 오늘의 관객을 찾아 나선 오데온 극장 앞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인지 주말 오후임에도 다소 한산해 보였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극장 앞에 서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딥티라는 아가씨와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름은 딥티라고 한다. 나이는 스물다섯살이고 방송통신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다.

-무슨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인가. =엊그제 개봉한 <Wake Up Sid>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이다. 친구와 자동차와 카메라를 사랑하는 부잣집 도련님 시드가 작가의 꿈을 안고 뭄바이를 찾은 아이샤를 만나면서 변해간다는 광고를 보고 뻔한 내용의 사랑 영화일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예상외로 자신의 정체성과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책임감 등에 관한 영화더라. 사실 영화의 줄거리보다는 주인공인 란비르 카푸르에 관심이 더 많아 영화 줄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웃음)

-란비르 카푸르? 생소한 배우인 것 같은데…. =신인 배우여서 그럴 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급속하게 올라가는 배우다. 아마 이번 영화의 영향이 클 것 같다. 신인 배우치고 연기력도 있고 무엇보다 잘생겼다. (웃음)

-근처 플라자나 리갈 극장에서는 할리우드영화들도 상영 중이더라. 오데온 극장에서는 발리우드영화만 트는 것 같고. 혹시 오데온 극장을 찾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본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시간적 여유가 된다 싶으면 극장에 들르곤 한다. 사실 오늘은 다른 극장들에서는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오데온 극장은 표가 있더라.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었는데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려고 기다렸다.

-요즘 들어 인도 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도영화들이 선전하는데 혹시 인도영화만의 매력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나. =음… 글쎄… 솔직히 생각해본 적 없다. (웃음)

-그렇다면 본인에게 인도영화는 어떤 의미인가. =이 질문이 더 어려운 것 같은데…. (웃음) 음… 영화라는 장르는 한 사회의 면면, 문화, 관습 등을 담아내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내가 인도 사람임에도 모르고 지나치는 인도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다. 영화가 담아내는 인도의 독특한 지방 문화라든가. 예를 들어 오늘 본 <Wake Up Sid>에서 그려지는 뭄바이는 델리에서 벗어날 일이 없는 나에게는 볼거리가 많은 영화였다. 그런 면에서 어느 외국인이 내게 인도에 대해 물어온다면 인도영화를 여러 편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거라고 대답해줄 것 같다. (웃음)

-발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대거 몰려오는 디왈리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기다리는 영화가 있나. =디왈리 하루 전에 개봉예정인 <Blue>라는 영화를 손꼽아 기다린다. 악셰이 쿠마르가 주연이라 일단 믿음이 가고, A. R. 라흐만이 음악을 맡았다더라. 그런데 265억원을 들여 만든 최초의 수중촬영 영화라는 점이 가장 관심이 갔다. 뭐 다른 나라에서야 수중촬영 영화가 많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인도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실험이니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