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에선 눈 뜨고 코 베어간다. 재난 수준이다. 요즘 ‘메신저 피싱’이 극성이다. 주변에도 피해자가 적잖다. 어느 언론사의 총무부 여직원은 팀장 아이디로 로그인한 누군가의 요청에 의심없이 100만원을 보냈다. 지방 출장 중인데 교통사고가 나 급히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부탁이었다. 상대방 계좌로 돈을 부치자마자 “점심 먹으러 가자”는 그 팀장의 목소리가 뒤편에서 들렸다. 그러니까, 귀신한테 홀린 거다. 잘 아는 후배 한명도 친구 아이디를 도용한 이에게 허망하게 털렸다. 돈을 보내고 세 시간 만에 낚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물론 경찰에 신고하고 법원을 찾아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하는 등 하루종일 부산을 피워야 했다.
포털 사이트 역시 거대한 낚시터다. 이번엔 나의 피해사례다. 며칠 전 각 언론사들에 편집권이 주어진 오픈 캐스트를 보다가 아무개 경제신문 제목 하나에 눈길이 멎었다. “엄기영 사장 ‘<100분토론>에 정치 외압이…’.” 처음 접하는 팩트라 자동으로 마우스에 손이 갔다. 본문의 제목은 전혀 엉뚱한 내용이었다. 이게 뭐지? 마지막 부제에서야 실마리가 풀렸다. “정치적 외압 없었다.” 포털 뉴스의 장난에 증오심(!)이 치솟은 건 처음이다. ‘메신저 피싱’에 뒤지지 않는 사기행각이었다. 야시시한 매체의 편집자들이 애용하는 ‘파격노출 A양, 가슴확대 증폭’ 같은 제목은 귀엽게 봐주고 싶을 정도다.
낚시는 딜레마다. 선을 넘은 낚시질과 눈길을 끌기 위한 애달픈 노력의 경계는 때로 아슬아슬하다. 이메일로 들어오는 영화사들의 개봉작 홍보파일 제목에서도 그 고민의 조각을 엿본다. “충격고발! 화제만발!…”, “부산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올가을 단 하나의 감동드라마…”, “통쾌한 상상력의…”, “쏟아지는 찬사…”, “입소문 타고 개봉관 속속 확대…”. 뭔가 읽는 이를 자극하려는 안달이 손에 잡힌다. 이러다 보니 차라리 “연기판 중견배우들 총출동”, “XX시청 직원들 OOO 관람” 같은 차분한 것들에 신뢰가 간다. 어쨌든 아직 영화계 홍보전장은 덜 혼탁하다.
그렇다면 가장 센 낚시질 미끼는 무엇일까. 섹스? 셀레브리티? 아니다. 재난이다. 포털 뉴스들은 미국 지역신문에나 나올 법한 “캘리포니아 집단 성폭행, 목격하고도 아무도 신고 안 해” 따위를 메인으로 올리기 일쑤다. 청소년들이 초등학생을 괴롭히는 동영상을 ‘초딩낚기’라는 이름으로 규탄하는 척하면서 대서특필한다. 엽기적인 죽음에 관계됐다면 뉴스밸류가 더 높아진다. 10년 전 타이 언론시장을 취재할 때, 신문마다 1면에 교통사고 시신 사진을 싣던 게 떠오른다. 남의 비극과 재난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재난으로 낚시질하고, 그 낚시질은 재난이 된다. 재난영화가 아닌 재난뉴스로부터 살아남기 위하여, 오늘도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