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클레어(레이첼 맥애덤스)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편을 갖고 있다. 30대 중반의 남편과 연애했던 그녀는 28살의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뒤, 40대 초반의 남편과 결혼식을 올렸고 30대 초반의 남편에게 아이를 얻었다. 그녀의 남편 헨리(에릭 바나)는 시간여행자다. 유전적인 장애로 수시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든다. 어린 시절의 클레어에게 헨리는 신기한 남자였다. 하지만 결혼 뒤의 헨리는 언제나 자신을 기다리게 만드는 무심한 남자다. 클레어는 점점 시간여행자의 아내로 사는 일을 버겁게 느낀다.
헨리의 일상적인 시간여행은 의지와 무관하다. 이 소재는 동명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매력적이다. 가령 언제나 나체인 채로 뜻밖의 시공간에 떨어지는 헨리가 옷을 구하기 위해 도둑질의 달인이 되는 설정은 디테일한 상상력의 결과다. 그가 느끼는 시간여행의 피로감, 시간여행을 하면서도 다른 이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을 묘사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영혼>의 각본가였던 브루스 조엘 루빈이 원작에서 비중있게 묘사된 시간여행자의 일상을 놓치지 않은 것은 적절한 각색이다.
수없이 많은 시간여행 이야기 중에서도 오드리 니페네거의 원작이 지닌 힘은 시간여행을 유전적인 장애로 등치시켰다는 점이었다. 헨리와 클레어의 로맨스는 통제 불가능한 시간여행이 가진 유머와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연인의 어린 시절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시간여행자가 가질 수 있는 로맨틱한 장점이다. 현재의 남편에게 서운한 점을 과거에서 날아온 또 다른 남편에게 털어놓는 클레어의 모습은 의외의 유머다. 단, 소재의 한계는 영화로 건너오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영화는 소재에서 비롯된 신기한 에피소드를 연결짓는 데에만 공을 들인다. 감정적인 배려가 결여된 탓에 때로는 등장인물의 절실함과 상관없이 웃음이 앞서는 경우도 생긴다.
소재에서 비롯된 로맨틱한 상상보다 흥미로운 건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겪는 고통이 불치병 환자를 남편으로 둔 아내의 고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는 언제 죽을지 아는 사람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의 처지를 동일선상에 놓는다. 클레어는 헨리의 시간일탈증상을 고치고 싶지만 치료는커녕 남편의 병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남편의 흔적을 아이를 통해 남기고 싶지만, 임신마저 여의치 않다.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은 태아가 뱃속에서부터 시간여행을 하면서 유산이 거듭되기 때문이다. 고칠 수 없는 병과 그로 인한 연인의 아픔이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대목이다. 소재로서나 정서상으로나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을 찾자면 <내 사랑 내 곁에>가 어울릴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