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을 지나 통일대교를 건넜다. 촘촘했던 건물 대신 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흐르는 물도 빛난다. 대성동의 영화관을 찾아가는 길은 낯선 풍경의 연속이었다. 남한 최북단 마을이자 비무장지대 내 유일한 거주촌. 전쟁과 아픔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곳인 대성동은 말로 담기 어려운 적막을 품은 마을이었다. 무표정의 군인들과 소박한 초등학교. 그리고 이 풍경을 거칠게 찌르는 듯한 철조망. 전쟁과 평화가 아슬아슬하게 휴전을 취하는 모양새 같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10월21일 DMZ다큐멘터리영화제의 전야제가 열렸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DMZ다큐멘터리영화제는 평화, 생명, 소통을 키워드로 한 영화축제다. 영화 상영은 주로 파주에 위치한 씨너스 이채에서 이뤄지지만 DMZ Docs 평화장정, DMZ 평화자전거행진 등의 행사가 대성동에서 열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성동은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영화관을 선물받았다. 경기도와 씨너스 이채, 농협의 지원으로 완성된 이번 영화관은 대성동 마을회관을 개조한 것으로 평수는 총 35평으로 52석 규모다. 전야 행사 전에 열린 영화관 개관식에서 김동현 대성동 마을 이장은 “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관식 이후 이어진 전야제에서는 전교생 29명의 대성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퓨전 타악 공연을 선보였다. 김동호,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소설가 김훈, 연극인 손숙 등이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고, 마을 부녀회에서는 떡과 음식을 준비해 손님을 맞았다. 그리고 조재현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DMZ, 우리가 그동안 소홀히 생각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영화제를 계기로 이 지역의 중요함, 소중함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대성동과 DMZ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말로 영화제의 문을 열었다. 아픔의 땅이 희망의 땅이 되는 날, 영화를 보며 잠시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