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자로서 (순전히 연재기간면에서) 경쟁심을 느끼는 정훈이씨의 지난주 만화는 진한 페이소스를 남긴다. 굳이 기름지고 너른 땅 다 놔두고 수도관(수도권) 내 압하투(아파트) 구멍에 모여 사는 엇수(Earth 지구)의 일종족을 <디스트릭트9>을 매개로 불쌍히 여기는 이었다. “대체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건 무엇이냐”는 왕의 물음에 상장군 닥대갈로 분한 남기남은 “집값”이라고 답한다. 우리 기남씨 점점 총명해진다. 얼굴이 크면 머리도 좋아지는 게 맞다니까. 언젠가….
엇수의 일종족은 ‘생각의 함정’에 종종 빠진다. 최근 이런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책에서 미국 국가안보 전략가이자 이런저런 공부를 많이 한 필자는 인간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빚는 오류를 일곱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목차를 보다가 10월28일 선고가 예정된 용산참사의 재판부에 간곡히 전하고 싶어 옮긴다.
1. 노출불안(공권력이 약하게 나가면 무시당해. 그러니 세게 나가야 해.) 2. 원인혼란(조합원들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는데 국가가 지켜줘야지.) 3. 감정이입과 상상력이 결핍된 평면적 관점(철거민들은 살고 싶으면 망루에 오를 게 아니라 딴 길 찾았어야지.) 4. 만병통치주의(낡은 건물 부수고 새 건물 지어올리면 이득이 나니까 좋은 거잖아.) 5. 독점 혹은 회피 같은 정보집착증(3천쪽 분량의 수사기록은 절대 공개 안 해. 못해.) 6. 상대도 나와 같을 거라고 믿는 거울이미지(“(가만두면) 사회적 약자들이 모두 화염병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될 것”?!) 7. 변화를 거부하는 정태적 집착(화염병이 발화 원인일 가능성은 점점 낮아졌지만 경찰관 다치고 숨진 책임은 그럼 누구에게 물어?) 용산 농성자들에게 징역 8년에서 5년씩 구형한 검찰과 끈질기게 수수방관하는 정부 행정 책임자들은 위 괄호 속과 같은 생각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닐까.
지은이는 이런 유의 함정에 빠져 미국 최고 엘리트들이 이라크에 대해 그렇게 끔찍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말한다. 삶의 터전을 떡처럼 주무른 이른바 ‘철거 전쟁’과 이에 대한 공권력의 일방적 개입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보았다. 더 나빠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이라도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