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 적힌 대로 ‘동서양 기괴 명화’이고, 부제는 ‘눈으로 보는 방랑 여행담’이다. 하지만 이 책을 설명하는 데는 그 둘보다는 책을 구성하는 각 장의 제목들이 더 적당해 보인다. 뒤섞이는 이형, 공간의 유희, 동물들의 여행, 일상의 사건. 유럽 중심의 명화 산책이 아니라 인도, 중국, 일본과 유럽 각국의 이형(異形)과 특색있는 장면을 그림으로 만날 수 있어서 매우 흥미진진하다.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 <경이의 서>에 삽입된 삽화에는 거대한 외다리를 올린 괴물 왕발이가 등장하는데, 그 상징적인 번쩍 하늘로 들고 있는 거대한 외다리의 그림은 이후 유럽 곳곳으로 퍼져나가 새로이 그려졌다(원래 왕발이는 외다리로 이동하다 햇살이 뜨거워지면 다리를 거꾸로 세워 그늘을 만들어 휴식을 취하는 녀석이라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남다르게 소화하는 구석이 있다. 광장공포증과 폐쇄공포증을 동시에 일으킬 듯 끝없이 넓은 곳에 빈틈없이 인간이 들어찬 그림의 이상한 매력을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피터 브뤼겔이나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의 인구밀도 높은 그림으로 먼저 입을 뗀 나카노 미요코는, 여백의 미를 중시 여기는 일본에도 유사한 그림이 있음을 소개한다. 눈앞이 아찔할 만큼 으슥한 골짜기에 가느다란 돌다리가 걸쳐져 있고 사자들이 이 다리를 건너가는 모습을 꼼꼼하고 빽빽하게 그린 그림이다. 사자 중 몇은 그 빽빽함에 밀려 아득한 구름 속으로 추락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일본에서는 특히 춘화가 여백에 글씨를 써넣어 꼼꼼하고 빽빽하게 메워버려 숨막힐 듯한 밀실 에로스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흠, 약간은 변태적인 책일지도(하지만 문제의 춘화는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