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불러봐, 넌 건강해지고”라고 노래부르는 ‘그분’의 외다리 깡충댄스를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잊어버릴 만하면 이슈를 만드는 그의 천재적 재능에 감탄하다가도, 내 나이 64살이 되면 세상이 그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니 기억하기는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무슨 말이냐면, 지금 잊혀진 이름이라고 아무도 아니었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이다. 유머러스하고 기상천외한, 독특한 논픽션 <밴버드의 어리석음>은 그런 잊혀진 자들, 패배자들에게 주목한 책이다. 부제를 빌려 설명하면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다. 역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누락해버린, 하지만 그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사람들. 이를테면 프랑수아 수드르는 보편 언어를 꿈꾸었다.
1787년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뒤 음악 강사가 된 그는 음악으로 보편 언어를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글자를 음으로 바꾸는 언어체계, 독립적인 음악 언어가 아니라 현존하는 언어를 옮긴 신호 체계를. 엉뚱한가? 그런데 정말 실효성이 있었다. 수드르가 방에서 바이올린으로 질문을 던지면 거실에 있는 학생이 피아노로 응답했다.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로 음악적 대화가 가능해졌다. 기자들은 그를 칭송하는 글을 써댔다.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그의 공연을 보고 외국에 빼앗기기 전에 그를 고용하라고 정부에 탄원했다. 하지만 돈이 되지 않았다. 보편 언어로는 아무도 돈을 벌 수 없었다! 빅토르 위고는 그를 지지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아무튼 그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죽었고, 마지막까지 그의 언어 솔레솔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몇 십년 전 프랑스의 양로원에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