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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게 장기를 기증한다면…
정재혁 2009-10-21

제1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 10월22일부터 26일까지

비무장지대에서 영화 축제가 펼쳐진다. 10월22일부터 26일까지 제1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가 열린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는 비무장지대 DMZ를 키워드로 ‘평화’, ‘생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자리다. 올해 처음 마련된 행사며 부문 경쟁영화제로 34개국 6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제 전야제를 비롯해 다양한 부대 행사는 비무장지대가 있는 대성동 바로 그곳에서 진행된다. 영화제쪽은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상징하는 DMZ이라는 공간과 소통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의 만남”을 이번 영화제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닌의 심장>

그 의미있는 영화제의 문을 여는 작품은 <예닌의 심장>이다. 레올 겔러, 마르쿠스 베터 공동연출인 이 영화는 한 소년의 심장에서 시작한다. 팔레스타인 소년 아흐메드는 이스라엘 군인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의 부모는 아들의 장기를 6명의 환자에게 이식하기로 결정한다. 여기까진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는 이후 이 6개의 장기가 이스라엘 아이들에게 이식되면서 제기되는 종교적, 정치적 논쟁을 보여준다.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정치적으로, 그리고 종교적으로 부정해야 하는 상대라는 사실은 한 개인에게 매우 힘든 과제가 된다. 영화는 화해의 씨앗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한 개인의 무모하지만 소중한 용기를 응원하며 결말을 맺는다.

모두 9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국제경쟁 부문에는 흥미로운 소재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다. 슬로바키아의 페테르 케레케스 감독이 연출한 <쿠킹 히스토리>는 취사병들의 이야기를 수집한 작품이다. 20세기 유럽의 여러 전쟁에서 담은 취사병들의 에피소드가 전쟁의, 그리고 역사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대만의 참전 용사들을 뒤쫓은 탕 쉬앙 추감독의 <끝나지 않은 여정>도 눈에 띈다. 이 영화는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갔다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군인들을 찾기 위해 감독이 타이퉁 지방으로 떠나면서 시작한다. 미결인 채로 남겨진 전쟁의 상처가 살아 있는 이들의 살아 있는 기억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DMZ 초이스 부문의 <사랑의 10가지 조건> <무화과 나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도 인상적이다. <사랑의 10가지 조건>은 위구르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레디야 카디르의 삶을 쫓는다. 호주 출신의 제프 대니얼스 감독은 6년이 넘는 수감 생활, 중국의 계속되는 처벌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온 여인의 삶을 존경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무화과 나무>는 에이즈 운동을 시작으로 남아프리카의 인권운동을 오페라 장면들과 섞어 연출했고,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는 이란판 신문고와도 같은 ‘대통령에게 편지 보내는 제도’를 통해 이란사회의 경직된 구조와 무의미한 정치적 공약의 실태를 파헤친다.

이 밖에도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는 최근 화제가 된 세계 각국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글로버 비전’, 국내 신인 감독들의 다큐멘터리를 고른 ‘한국 스펙트럼’ 등도 마련됐다. 또 영화제는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제도로 DMZ Docs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매해 다양한 다큐멘터리 감독을 선정해 각각의 감독에게 20분 내외의 단편다큐멘터리를 맡기는 옴니버스 프로젝트로 올해는 인도의 수프리요 센, 한국의 문정현, 일본의 소다 가즈히로, 싱가포르의 탄핀핀 등이 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이들이 완성한 영화는 2010년 2회 영화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영화제 시간표 및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dmzdocs.co.kr)를 참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