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임기 말년 대통령 김정호(이순재)는 대쪽 같은 정치원로다. 무심코 응모한 로또가 1등에 당첨, 244억원 대박의 주인공이 된다. 기쁨도 잠시, “당첨되면 국민을 위해 쓰겠다”던 자신의 약속 때문에 끙끙 앓는다. 김정호의 뒤를 이은 미남 대통령 차지욱(장동건)은 강경한 외교 스타일을 고수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이연(한채영) 앞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한경자(고두심)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그러나 빡빡한 청와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서민 남편 창면(임하룡)이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경자를 위기에 빠뜨린다.
15년 동안 차례로 대한민국 최고통치권자의 자리에 오르는 세 사람이 있다.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뉴스나 다큐멘터리 화면으로만 보아왔던 대통령들의 ‘공적인 모습’ 이면의 사소한 갈등을 담아낸다. 244억원이라는 로또 당첨금에 너무 기쁜 나머지 혈압이 올라 쓰러지는 김정호 대통령, 일찍 상처한 뒤 어린 아들을 키우며 직접 마트에서 기저귀와 분유를 쇼핑하는 차지욱 대통령, 남편이 한국의 고위층과 해외 게스트들이 한데 모인 앞에서 “경자야, 이혼하자!”라고 외치는 순간 사상 초유의 이혼 스캔들에 휘말리는 한경자 대통령. 타인의 시선에 늘 노출되어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직업’ 특성상 대부분 사적 영역을 공적 영역의 귄위에 희생시켜야 할 때, 그들이 비로소 꺼내 보이는 속내를 훔쳐본다는 설정은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거기에 장진 감독의 장기인 지적인 유머감각이 결부된다면, 한국영화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의 코미디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모았다.
그러나 현실이 너무 힘이 센 탓일까. 대부분 고압적이고 위협적인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역대 및 현재 대통령들(그중 몇몇은 또한 더할 나위 없는 슬픔으로 기억된다)이 드리우는 그늘이 워낙 큰 탓일까.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일관되게 착하고 이상적인 모습, 혹은 심지어 공식적인 업무에서조차 사적인 인연으로 쉽게 화해하는 모습들은, 흥미로운 상상이 현실적인 토대에 안착하지 못했다는(혹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그건 오히려 우리가 결코 갖지 못했던 무엇, 채워보지 못했던 현실의 구멍을 더 크게 환기시킨다. 풍자 대신 동화를, 잔혹한 현실 대신 너그러운 희망을 택한 것에서 관객 각자가 느끼는 소회는 남다를 듯. 다시 말해, <그때 그사람들>과 <굿모닝 프레지던트> 사이의 간극은 너무 커서 현기증이 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