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2174년에 식량과 물을 놓고 벌인 지구의 전쟁이 극에 달하여 지구인들은 새로운 희망의 별 ‘타니스’로 이주를 추진해야 할 때가 다가온다. 신 ‘노아의 방주’라 할 만한 우주선 엘리시움호는 사람들을 태우고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타니스로 떠난다. 그러나 무언가 일이 잘못된다.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페이턴 중위(데니스 퀘이드)와 바우어 상병(벤 포스터)은 우주선이 폐허가 되고 사람들이 거의 죽은 것을 알게 된다. 지금 우주선에는 무섭고 잔인한 괴생명체만 득실거린다. 우주선은 어떻게 된 것인가.
지구에 자원 절멸의 시대가 도래하여 인간이 새로운 별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는 종종 있어왔다. 지구 멸망을 예고하는 예언들이 늘 빗나가도 들을 때마다 귀가 솔깃한 것처럼 이런 소재도 지겨울 때가 됐지만 늘 눈이 간다. 중요한 건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문제다. <팬도럼>이 선택한 건 거대한 우주선 엘리시움호로 설정된 세트장에서 철저하게 머무는 것이다. 한정된 공간을 설정한 다음 인물들은 그 안에서 미로 찾기를 하며 하나둘 사건의 윤곽을 잡아나간다. 몇 안되는 생존자 중 페이턴 중위는 조종실에서 연락을 맡고 바우어 상병이 우주선 내를 돌아다닌다. 바우어 상병은 전멸에 가깝게 사람들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독일의 유전공학자였지만 지금은 여전사가 된 여자와 농민이라지만 무술가에 가까운 동남아시아인 등을 만나 협심하게 된다. 그들은 우주선의 동력을 재가동하기 위해 원자로를 향해 간다. 하지만 우주선 전체에 득실거리는 괴생명체들은 강력하고 빠르고 잔인무도하기 이를 데 없다. 그들은 인간을 먹는다.
<팬도럼>은 흥미진진할 수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허전하다. 할리우드 저예산 SF영화라고 말해야 할 텐데, 이 경우에 아이디어의 능수능란한 구현으로 재미를 성취하는 경우들이 많으나 <팬도럼>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거대한 폐선이 되어버린 우주선 안에 갇힌 주인공들의 상황은 주기적으로 밀려드는 괴생명체의 공격을 받으며 강도 높은 액션장면으로 연출되지만 주인공들의 극한의 고립감이 극적 쾌감으로 전환되는 장면은 많지 않다. 낡고 습한 우주 놀이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 같은 인상에 그친다. SF영화의 전통적 코드들은 가져왔으나 그걸 풀어나가는 독일 감독 크리스티앙 알버트의 연출 방식은 심심하다. <팬도럼>을 ‘재활용 SF무비’라고 이름 붙일 만 한데, 이 영화는 탄탄한 재활용 공정을 갖추지 못한 채 장르적 관심으로만 호소한다. SF 팬들에게는 ‘복습’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겠지만 그 밖의 관객에게 재미를 장담하기는 어렵다(영화의 제목 ‘팬도럼’이란 장기간의 우주생활에서 오는 공황 증상을 말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