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연애와 결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까칠한 그녀의 달콤한 연애비법>
정재혁 2009-10-21

synopsis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 외치는 여자가 있다. 수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기는 피파(헤더 그레이엄)는 자유 연애주이자이자 비혼을 주장하는 싱글녀다. 친구 결혼식에 들러리는 설지라도 결코 웨딩 드레스가 부럽지 않다 생각하는 그녀. 하지만 피파에게 갑작스런 일이 떨어진다. 잡지사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건강이 악화되면서 스스로 결혼 잡지 <웨딩 벨>의 편집자가 되어야 하는 것. 결혼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피파는 결혼을 권해야 하는 잡지 앞에서 고민에 빠진다.

연애는 섹스보다 귀찮다. 그리고 결혼은 연애보다 번거롭다. <까칠한 그녀의 달콤한 연애비법>의 주인공 피파는 항상 섹스와 연애 사이에서 방황한다. 생각할 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은 결혼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세계를 돌며 여행하고 남자들과 끊임없이 만났다 헤어지는 생활 패턴도 이러한 그녀의 인생철학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감정 낭비없이 피곤한 관계는 만들지 않는 게 피파의 신조다. 하지만 여기에도 결핍은 있다. 마냥 편리해 보이는 관계지만 피파는 외로웠던 어린 시절, 일에만 빠져 있었던 아버지 맥기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른을 눈앞에 둔 그녀는 오히려 이 과거의 상처들로부터 도망을 치는 거에 가깝다.

영화는 피파의 철학을 시험한다. 결혼에 반대하는 그녀가 결혼 판타지를 부풀려야 하는 잡지의 편집 일을 하면서 부딪치는 일들이 주요 에피소드다. 물론 그 안에는 새로운 남자와의 만남도 포함되어 있다. ‘웨딩 벨’ 회사의 부사장인 이안(데이비드 서클리프)은 맥기의 부탁으로 피파의 일을 돕는다. 선호하는 침대 스타일부터 연애에 대한 생각까지 모든 게 반대인 이안은 피파가 마주한 또 하나의 장벽이다. 뻔한 설정에, 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영화는 가벼운 연애물로 감상하기에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피파의 친구들로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의 앙상블은 이야기를 찰지게 주무르고, 연애와 결혼에 대한 솔직한 대사들은 영화에 활발한 리듬감을 부여해준다. 또 피파가 자신과 닮아 있는 자유분방한 포토그래퍼 헤밍웨이(테이 딕스)를 보고 스스로의 방식을 솔직히 마주하게 되는 대목은 꽤 공감을 끌어내기도 한다. 총제작자, 프로듀서, 감독, 작가 등 대다수가 여자 스탭들로 꾸려진 이 영화는 그녀들의 수다만큼 쾌활하고 유쾌하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