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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주네씨, 그럼 3년 뒤에 보나요?

영화감독은 대개 자기가 실제로 만드는 작품 수보다 더 많은 작품을 꿈꾸는 법. 장 피에르 주네는 최근 <믹막 아 티르 라리고>(Micmacs a(위에 、악센트) Tire-larigot) 혹은 <음모 대작전>이라는 상식을 초월하는 광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그가 작품을 내놓은 건 5년 만이다. <아멜리에>를 창조한 장본인 주네는 허름한 와이셔츠 바람에 군용 바지를 걸치고 다닌다. 거기다 드릴 하나만 손에 쥔다면 영락없이 일 끝내고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작업인부의 몰골이다. 그는 내게 영화 두편이 나오는 사이 영화인의 삶이 어떤 건지를 말해주었다.

“<아주 긴 일요일의 약혼> 이후 워너브러더스로부터 <해리 포터5>를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왔었어요. 저는 항상 어려운 걸 선택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에이리언4>를 만든 건 내 아이디어를 보고 그 제안이 들어왔었기 때문이에요. <해리 포터>는 경우가 달랐죠. 배경하고 캐스팅까지 다 정해져 있는데다가, 어느 것 하나 손대면 안된다는 거였어요. 그냥 카메라 위치만 정해주고, ‘액션!’ 소리만 지르라는 거예요. 내가 죽을 때까지 평생 먹고살 길을 제공해주는 제의였는데… 전 거절했지요. 그 다음엔 폭스가 제안을 해왔어요. 호랑이 한 마리랑 어떤 사내아이랑 바다 한가운데에서 화합한다는 줄거리의 소설을 영화화한 <파이의 생>을 같이 만들자는 거였지요. 해서 저는 공동 시나리오작가 기욤 로랑하고 작업에 착수했어요. 우린 버전 두개를 썼는데, 이번엔 스토리보드를 만들라더군요.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봐야 한다나요.”

그리고는 주네 감독은 비닐봉지에서 꽤 두툼한 책자 두권을 꺼낸다. 바로 그 문제의 스토리보드였다. “그러고 나서 6개월이 지나서 그 예산이라는 것이 나왔는데요, 8500만달러라는 거예요! 예산이 너무 컸던 거죠. 그래서 제가 그랬죠. 훨씬 적은 비용으로 내가 직접 제작하겠다고요. 그럼 6천만달러가 넘어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렇게 해보라더군요. 그래서 저는 5900만달러까지 예산을 잡았어요, 유로로 말이에요. 달러로 환산하면 같은 액수거든요! 근데 더 생각해보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또 그랬어요, 그럴 필요가 없다고요. 작업에 착수한 지 2년이 지났으니까, 더이상 기다리지 않고 촬영에 들어갈 생각이었거든요. <파이의 생>은 현재 리안 감독 손에 있다더군요.”

그 뒤 주네 감독은 4개월 만에 그의 <음모 대작전>을 쓰게 된다. 영화는 중무기산업 시설을 공격하는 넝마주이 일당의 모험 얘기로, 완전 주네 스타일 작품이다. “전혀 새로운 것에서 출발할 시간이 제겐 없었어요. 그래서 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몇 가지 발상에서 출발해 재활용 영화를 만들게 됐지요.” 한데 마지막 순간에 슈퍼스타 자멜이 프로젝트에서 떨어져나가버렸다. 주네 감독 설명에 따르면, <음모 대작전>은 예산이 2200만달러였다고 한다. “내 이름으로 1500만달러까지 확보할 수 있긴 했지만, 700만달러가 모자랐어요! 그건 슈퍼스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죠.” 결국 주네는 또 한명의 슈퍼스타인 다니 분을 섭외해야 했고, 그 스타가 시간이 날 때까지 4개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샤넬 광고 하나를 만들었고, 2009년에야 드디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 다음 얘기요? 그야 1년 동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작품 광고를 하는 거죠…. 다음 프로젝트 구상을 시작하기 전에 말이에요.” 주네는 무슨 소설 하나를 영화화할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저작권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말았고, 작품은 결국 피터 잭슨이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는 또 다른 작품 하나를 넘겨다본다는데, 그건 프로젝트의 옵션을 이미 해버린 스티브 클로브스 작품이라고 한다. 클로브스는 주네의 프로젝트에 대해 아무 반응이 없다고. 그도 그럴 것이 클로브스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해리 포터> 시나리오를 말이다!

나와 헤어지기 전, 장 피에르 주네는 그래도 다음에 만날 약속까지 잡아준다. “내 <음모 대작전> 광고도 하고, 다음에 만들 작품 시나리오도 쓰고, 그걸 촬영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3년, 그 안에 못 뵙겠네요”라면서. 주네가 그 묵직한 스토리보드를 다시 챙겨넣고, 마시던 콜라를 마저 마시고 나서 내게 하는 말. “영화 만드는 거, 그거 아주 피곤한 일이에요.” 그러더니, 그는 지하작업실로 다시 내려가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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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조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