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달러.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240만원 정도의 초저예산으로 영화 한편을 만들었다. 단편도 아니고 장편영화다. 대니얼 니어링 감독의 <시카고 하이츠>는 “돈이 없어 창의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매우 실험적인 영화다. 영화는 미국 모더니즘 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작가 셔우드 앤더슨의 단편 모음집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 속 가상의 도시 와인즈버그에서 시카고로 배경을 옮겼고, 내레이션을 통해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들을 하나로 묶었다. 타인과의 소통에 실패한 괴짜 인물들의 독특한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이나 비슷하다.
대니얼 감독은 “기이하지만 아주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는 오래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제야 영화로 빛을 봤지만 첫 장편 데뷔작으로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를 선택함에 있어 망설임은 없었다. 아름다운 소설에 걸맞게 “고전적인 느낌”으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 영화를 빚어내는 것은 그의 숙제였다. 흑백 화면 속에 <시민 케인><분노의 포도>의 촬영 감독 그렉 톨런드 숏을 흉내 내고, 실제로 헤밍웨이가 묶었다는 파리의 호텔을 찾아갔던 것은 해답을 얻기 위한 시도였다.
배경이 시카고가 된 것도 자연스럽다. 캐나다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다 9년 전 시카고로 거처를 옮긴 대니얼 감독의 모습은 작가가 되기 위해 시카고로 떠난 셔우드 앤더슨의 모습과 겹친다. <시카고 하이츠>의 프로듀서이자 촬영감독인 이상훈 프로듀서를 만난 곳도 시카고다. <세컨드 문>이란 영화로 2006년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적이 있는 이상훈 프로듀서는 시카고로 유학을 갔다가 대니얼 감독을 만났다. 두 사람은 차기작도 함께 하기로 했다. <D.U.I(Driving Under the Influence)> 음주운전이란 제목의 영화다. “술 마시고 운전하는 게 얼마나 어렵나. 그만큼 살아가는 일이 음주운전을 하는 것과 같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을 하는 것과 240만원으로 장편영화 만드는 것 중 뭐가 더 어려울까. 글쎄. 후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