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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F영화 중 가장 영리하고 흥미진진한 선택 <디스트릭트 9>
김용언 2009-10-14

synopsis 28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우주선이 불시착했다. 우주선 안에는 전염병에 걸려 죽어가는 수많은 외계인이 있었고, 정부는 외계인 수용구역 ‘디스트릭트9’을 설치하여 그들을 임시 수용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디스트릭트9’ 거주민들의 범죄가 급증하자 외계인 관리를 맡은 군수업체 MNU는 그들을 ‘디스트릭트10’으로 강제이주시키기로 결정하고, 관리직원 비커스(샬토 코플리)에게 그 책임을 맡긴다. 임무 수행 도중 알 수 없는 외계물질에 노출된 비커스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며 외계인으로 변해간다.

<디스트릭트9>은 그 어느 것의 속편도 아니다. 다시 말해, TV시리즈나 특정 영화 혹은 어떤 원작, 어떤 프랜차이즈 상품에 기대지 않은 채 오랜만에 등장한 ‘오리지널’ SF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출신의 데뷔감독과 데뷔배우가 남아공에서 촬영을 마치고 뉴질랜드에서 편집한 이후 느닷없이 등장한 <디스트릭트9>은 공개 직후 신드롬에 가까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비견할 만한 예로는 J. 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클로버필드> 정도일 것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부터 <지구가 멈추는 날>까지, 많이 본 듯한 설정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외계인과 지구인과의 우정, 로봇과의 합체, 억울한 오해와 음모로 인해 모두에게 따돌림받고 쫓기는 개인의 고독한 싸움.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이 모든 익숙한 요소들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착착 달라붙는 조합과 변용으로 능숙하게 펼쳐 보인다. 여기에 친숙하지만 낯선 묘미를 더하는 것은 남아공이라는 배경이다. 프런들의 알이 잔뜩 쌓여 있는 폐가를 아무 윤리적 치장 없이 단숨에 날려버린달지, 외계 무기를 향한 나이지리아 갱단의 집착을 식인의 풍습으로 치환시키며 마법과 주술을 뻔뻔하게 끌어들이고, 전혀 멋지지 않고 액션도 할 줄 모르는 어수룩한 남자주인공의 고군분투를 전면화하는 등 <디스트릭트9>은 우리가 보아왔던 SF가 여하튼 ‘할리우드산’이었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던져준다.

현재진행형의 SF광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엿보게 한달까, 혹은 1950년대부터 60년대에 이르는 ‘SF 황금시대’가 구축한 세계를 읽고 자란 ‘요즘 아이들’(블롬캠프는 1979년생이다)이 어떤 식으로 그 유산을 이어받을지 향방을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라고 할까. 어느 쪽이든 <디스트릭트9>이 올해 나온 SF영화 중 가장 영리하고 흥미진진한 선택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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