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앤(나오미 왓츠)과 조지(팀 로스)는 아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맞아 별장을 찾는다. 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별장엔 왠지 모르게 이상한 분위기가 감돈다. 뒤이어 낯선 남자가 별장을 찾고 그는 계란을 좀 얻을 수 있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렇게 얻어간 계란이 깨지고 남자는 전화기도 물에 빠뜨린다. 사소한 언쟁이 시작되면서 낯선 남자는 점점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그는 끝내 조지 가족에게 ‘퍼니게임’을 제안한다.
정갈하게 닦인 도로 위를 차 한대가 달린다. 흐르는 클래식 음악 위로는 조지와 앤의 말이 오간다. 음악의 작곡가와 제목을 맞히는 부부. 하지만 이 화목한 분위기는 갑작스레 덮치는 메탈 음악으로 깨진다. 뒤이어 적색 글씨의 타이틀이 화면을 뒤덮는다. 클래식 음악을 재료로 기분 좋게 즐기던 ‘알아맞히기 게임’은 곧 낯선 두 남자가 제시한 흉측한 게임으로 치환된다. 하얀색 옷을 위아래로 입은 두 남자는 앞으로 12시간 안에 조지네 가족 3명이 모두 죽게 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기를 제안한다. 정말로 죽을까 혹은 죽지 않을까.
<퍼니게임>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자신이 1997년에 만들었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한 가족이 두 남자의 낯선 게임을 제안받는다는 설정, 그리고 그 안에서 폭력의 기괴한 세계가 펼쳐진다는 주제는 물론 세부적인 장면까지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닮아 있다. 심지어 꽤 많은 장면은 원작을 앞에 두고 그대로 다시 연출한 것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똑같다. 하네케 감독은 이 리메이크를 연출하면서 1997년 당시 독일어로 제작된 <퍼니게임>이 언어 장벽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못해 아쉬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의 말 그대로 <퍼니게임>은 1997년 원작의 영어 번역판에 가깝다.
하지만 리메이크의 유효성에 대한 논쟁과는 별개로 <퍼니게임>은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다. 말의 유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두 남자와 한 가족의 대결은 긴장감이 감돌고 게임의 규칙 속에 폭력과 소통을 적용해 비벼내는 연출은 탄탄하다. 나오미 왓츠의 연기와 <라스트 데이즈> <몽상가들>의 마이클 피트 연기도 볼 만하다. 2008년 미국 개봉 당시엔 <타임>이 이 영화를 2008년 최악의 영화 톱100 중 25위에 올릴 만큼 악평이 많았지만 하네케 감독의 취지대로 <퍼니게임>은 1997년 원작을 보지 못한 젊은 관객이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스릴러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