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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영화제 경제학을 바꾸자

2009 충무로국제영화제

영화제의 성공을 가늠하는 데 있어 나는 관객 수보다 비효율성 지수를 참고한다. 비효율성 지수는 영화제 총예산을 관객 수로 나눈 값이다. 이렇게 하면 티켓 한장을 팔기 위해 후원자가 지원한 평균 비용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다르게 말해, 비효율성 지수는 영화제 대부분의 지원금이 세금임을 생각할 때 영화관에 관객 한명을 불러모으기 위해 쓰인 세금이 얼마인가를 말해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제들이 관객 수를 부풀려 발표하기 때문에 정확한 비효율성 지수를 알기는 어렵다. 방콕국제영화제는 모든 극장의 전체 상영을 합쳐봐야 총좌석 수가 6만4천석밖에 되지 않음에도 12만장의 티켓을 팔았다고 부풀려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영화제들은 티켓 판매 비율과 함께 비교적 정확한 관객 수를 발표하는 편이다. 이들이 예산을 발표하지는 않지만 대략의 예산은 알 수 있다. 부산은 790만달러, 충무로는 600만달러, 전주는 290만달러, 부천은 260만달러 정도의 예산을 쓴다. 이같은 예산을 고려할 때, 부산과 전주의 비효율성 지수는 40달러, 부천은 56달러, 충무로는 2007년 58달러, 2008년 64달러에서 올해 약 150달러로 올라갔다. 방콕은 한때 비효율성 지수가 200달러가 넘게 올라갔다. 아마도 그때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부패와 무능력을 보여주는 신호였을 것이다.

한국 영화제들의 비효율성 지수를 다른 영화제들과 비교해보는 것은 흥미롭다. 자카르타국제영화제와 뉴욕아시아영화제는 최근 비효율성 지수가 10달러 이하로 가장 ‘효율적인’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이 숫자는 전체 관객 수를 증가시키는 콘서트, 워크숍과 전시회, 영화마켓 같은 인더스트리 관련 행사 등 다른 부대행사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들 영화제와 비교해서 한국의 영화제들이 상대적으로 더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는 비교 가능한 사이즈의 홍콩, 상하이, 도쿄의 영화제들에 대한 수치들이 없다.

다소 거친 방법이긴 하지만 비효율성 지수는 티켓 판매만을 고려하는 것보다는 유용하다. 예를 들어, 영화 제작자가 영화제에서 한번의 상영 비용으로 2000달러를 요구했다면 그 비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8달러짜리 티켓을 적어도 250장 이상 팔아야 한다. 극장과 수익을 나누어야 한다면 더 많은 티켓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비효율성을 줄이고 후원 비용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면, 내 계산법에 따라 이들은 비효율성 지수를 40달러로 생각하고 51장의 티켓만 팔면 된다. 이 계산법은 상영 비용에 대한 경제학을 바꿀 뿐만 아니라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적인 프로그래머가 얼마나 돈을 받아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놓는다.

영화제는 물론 관객 수를 늘리는 게 최대 목적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블록버스터영화를 보여주면 될 것이다. 그러나 관객은 영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투표’ 역시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훨씬 더 좋은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국민총생산(GDP)의 개념을 수정하여 생태학적 지속성, 직업 만족도와 건강을 포함시켰다. 이런 식의 접근이 영화제에도 중요하다. 예산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양적 요인뿐만 아니라 질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영화제 역시 정치적인 활동임을 주지하고 국민들의 세금을 어떻게 쓰는가를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