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영화 촬영 현장. 이번 영진위의 2009년 중형투자조합 출자사업 심사결과가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09년 중형투자조합 출자사업 심사결과가 발표됐다. 8개 회사가 경합을 벌인 끝에 중형투자조합 운용사로 선정된 곳은 CJ창업투자의 ‘CJ창투12호 글로벌 콘텐츠조합’이다. 결과를 놓고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역설’ 혹은 ‘모순’을 지적하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CJ’란 상호 때문이다.
중형투자조합의 목적은 안정적인 투자재원 조성을 통해 배급사에 대한 제작자의 판권협상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메인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조합을 조성하여 국내 메이저 기업의 수직계열화와 독과점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사업목적상 CJ란 상호에 민감해지는 건 당연해 보인다. CJ그룹의 계열사인 CJ창투로서는 그룹 전체의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룹의 수뇌부들은 조직의 흐름상에 CJ엔테테인먼트를 염두에 둘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따르면 결국 대기업을 견제하려던 중형투자조합사업이 대기업을 살찌우는 결과를 내놓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역설과 모순이란 말도 그래서 가능하다.
이러한 모순적인 결과의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그중 하나는 과열된 경쟁이다. 2, 3개 회사를 선정한 예년과 달리 2009년 중형투자조합사업은 한곳만을 운용사로 선정했다. 한 투자관계자는 이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사끼리의 상호 공격이 심해졌고 그 때문에 서로의 치부가 드러나는 풍경이 연출됐다고 전한다. 그 와중에 최근 수년간 실적이 양호한 CJ창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모집요강에 적힌 결정적인 한줄이 거론되고 있다. “5% 이상 출자 조합원의 직간접 관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행위 금지” 조항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창투사가 만든 투자조합에 5% 이상의 자금을 넣은 투자사 B는 A가 중형투자조합사업의 운용사가 됐다고 해도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투자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항을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투자조합을 운용할 수 있는 창투사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영진위 산업진흥팀의 최인국 대리는 “활발한 투자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볼 때, CJ창투가 이전에 조성한 조합들이 많게는 200% 이상에서 적게는 100% 이상씩을 투자해왔다는 점이 평가받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모태펀드에서 120억원 출자를 확정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공적인 자금이 큰 만큼 이후 한 회사에 편중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정황상 CJ창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었을 모양새로 보인다.
세간의 우려에 대해 CJ창투의 유동기 이사는 “다들 결과를 보고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J그룹의 계열사로서 불가피한 선택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답했다. “사실 CJ엔터테인먼트는 CJ창투를 매우 싫어한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제일 깐깐한 곳이다. 같은 내부 계열사 입장에서 왜 그렇게 까탈스럽게 구냐고 그런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수익성을 보고 판단할 뿐이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우려 그대로의 결과가 나온다면, CJ창투를 향한 비난은 둘째고 중형투자조합 사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할지 모른다. 대기업의 상호에 더욱 민감해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