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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보텀의 신작 보러 갈까?

제10회 메가박스 유럽영화제, 10월21일부터 11월1일까지

제10회 메가박스 유럽영화제가 10월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10월29일부터 11월1일까지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다.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를 개막작으로 총 6개 섹션에서 31작품을 선보인다.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의 신작에서부터 촉망받는 동시대 젊은 감독에 이르기까지 유럽영화의 현재를 폭넓게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중에서도 올해 메가박스 유럽영화제의 정수라 할 만한 7편의 작품을 뽑아 소개한다.

<예언자> A Prophet

6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들어간 아랍계 남자. 교도소 안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이탈리아계 갱단의 두목이 그에게 아랍계 죄수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목숨이 위태롭다. 명령을 이행한 그는 아랍계 패거리를 등지고 이탈리아 두목 아래에서 이런저런 범죄와 심부름을 하며 한 단계씩 범죄조직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상승시켜간다. 하지만 이탈리아계의 하수인으로 남고 싶지 않은 그는 자신의 독자적인 세력을 늘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 각본을 튼실하게 짜는 장점이 있는 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감옥이라는 밀폐된 곳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육체적 긴장을 전반적으로 지루함없이 잘 엮어낸다. 2009년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제노바> Genova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엄마는 운전을 하고 있다. 두딸은 게임을 한다. 딸들은 번갈아 자기 눈을 가리고 지나가는 차량의 색깔을 맞히며 깔깔댄다. 그러다 게임의 재미에 빠진 어린 딸이 갑자기 엄마의 눈을 가리고 차 사고가 일어난다. 아내를 잃은 남편과 엄마를 잃은 두딸은 더이상 시카고에서 살기 괴로워 유럽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그들이 선택한 곳이 이탈리아의 제노바다. 슬픔에 빠져 있던 가족은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제노바의 삶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제노바>는 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답게 시종일관 듣기 좋은 음악의 선율이 들려오며 제노바라는 도시에 대한 멋스러움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콜린 퍼스가 외롭지만 다정한 아버지 역할을 맡고 있다.

<천국의 속삭임> Red Like the Sky

10살 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공차기를 즐긴다. 어느 날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 아버지의 장총에 호기심을 두었다가 오발사고로 눈에 상처를 입고 겨우 사물의 형체만 구분할 정도의 시력을 유지하게 된 소년은 이탈리아의 법에 따라 일반 학교를 그만두고 제노바의 맹아 학교로 전학한다. 소년은 친구들과 여자친구도 사귀며 힘든 생활에 적응해가지만 엄격하기만 한 교장 선생이 지배하는 기숙학교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소년과 친구들이 자유를 얻게 되는 건 학교 공연을 통해서다. 그들은 보는 연극 대신 듣는 연극을 택하고 스스로 녹음기를 쥐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녹취하고 편집하여 한편의 동화를 만들어 공연을 성사시킨다. 이탈리아 음향감독 미르코 멘카치의 실화를 소재로 한 감동 스토리이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 <시네마 천국>이라고 소개해도 될 것 같다.

<푸른 수염> Blue Beard

조르주 멜리에스에서부터 에드거 G. 울머, 에드워드 드미트릭, 클로드 샤브롤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시기와 국적을 막론하고 무수히 많은 이들이 매혹되었던 소재 <푸른 수염>. 샤를르 페로의 오래된 이 동화는 금지와 욕망에 관해 말할 때마다 즐겨 떠올려지곤 한다. 방을 들여다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긴 아내들은 푸른 수염의 남자에게 살해되었고 지금 젊은 아내는 다시 그 방을 목격한다. 열성적이고 강력한 여성영화를 만드는 감독 카트린 브레이야가 <푸른 수염>을 영화로 만들었다면 결과는 어떨 것인가. 브레이야는 어린 소녀들이 <푸른 수염>을 읽는다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 뒤, 육체적인 생생함과 음험함 그리고 기이한 웃음의 분위기로 새로운 모험을 감행한다.

<천국에서의 5분간> Five Minutes of Heaven

1975년 아일랜드에서 신교도인 17살 청년 알리스테어가 가톨릭교도인 19살 청년 짐 그리핀을 권총으로 살해한다. 그가 살인을 저지르던 바로 그 순간 그의 옆에는 짐의 동생 조가 있었다. 형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 했던 조는 분노와 자책감, 그리고 복수심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종교갈등으로 피비린내 나던 아일랜드에 평화가 찾아왔다. 중년이 된 조(제임스 네스빗)는 알리스테어(리암 니슨)를 만나기 위해 어딘가로 향한다.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는 이 만남은 화해를 위한 정부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과연 조는 참회하고 있는 알리스테어의 가슴에 복수의 칼을 꽂을 것인가. <몰락>으로 주목받았던 올리버 히스비겔은 역사적 비극과 화해라는 무거운 주제를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 안에서 명쾌하게 전달한다.

<환상통> Phantom Pain

마크(틸 슈바이거)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사람들은 마크의 경험이 묻어 있거나 그가 지어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반짝인다. 그렇다고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사랑하는 딸아이의 시작(詩作) 숙제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정도로 글쓰기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전거다. 그는 이미 수많은 나라를 자전거로 누볐고 여전히 전세계를 두 바퀴로 달릴 꿈을 꾸고 있다. 그의 부푼 꿈은 어느 날 일어난 끔찍한 교통사고로 어그러진다. 다리 한쪽을 절단했기 때문이다. 마티아스 엠케 감독은 좌절한 한 남자가 재기하는 과정을 그린 이 데뷔작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섬세한 보살핌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다. 차분하지만 힘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북 오브 블러드> Book of Blood

클라이브 바커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메리(소피 워드)는 초자연현상을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수업시간에 만난 학생 사이먼(조나스 암스트롱)에게 흥미를 느낀다. 그에게 예지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메리는 사이먼을 자신의 연구에 끌어들이기로 한다. 그 연구란 죽은 자들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퍼진 한 저택을 탐구하는 일이다. 이 집이 죽은 자들이 이승으로 내려오는 통로라고 판단한 메리는 사이먼과 조수를 데리고 저택으로 들어가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일들만 자꾸 일어난다. 후반부 사이먼의 영적 능력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급반전의 길을 걷는다. 잔혹하고 험상궂은 이미지가 호러팬들을 자극할 수 있겠지만 다소 허술한 전개가 이야기의 맥을 끊어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