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체포에 전세계 영화계가 반기를 들고 나섰습니다. 9월26일 폴란스키 감독은 취리히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하고자 취리히공항에 도착한 이후 스위스 경찰에 체포됐는데요. 1977년 13살 미성년자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되고 1년여 만에 불구속상태에서 프랑스로 도피하자 미국 정부가 그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입니다. 폴란스키 감독은 유럽에서 망명생활을 이어오던 중 이미 수차례 스위스를 드나든 바 있어 스위스 당국의 돌변한 태도가 더욱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데요. 스위스 법무부는 “도주 우려가 매우 크”고 “신병 확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의 석방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폴란스키 감독은 송환 절차가 끝나는 시점까지 스위스에서 수감될 예정이고요.
한편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폴란스키 감독의 연행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취리히영화제 심사위원단은 기자회견장에서 ‘폴란스키를 석방하라’는 글귀가 적힌 붉은색 배지를 착용하는가 하면, 스위스 감독조합은 “정의를 빌미로 한 그로테스크한 소극일 뿐 아니라 굉장한 문화적 스캔들”이라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분노를 표한 인사 중에는 하비 웨인스타인, 티에리 프레모, 우디 앨런, 마틴 스코시즈, 데이비드 린치, 페드로 알모도바르, 에단 코언, 모니카 벨루치, 왕가위,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등이 포함돼 있는데요. 특히, 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테인은 “폴란스키가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는 미국에 송환되지 않도록 모든 영화제작자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폴란스키의 석방을 촉구하는 이들 중 대다수가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자금 후원자라니, 미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를 세울 수밖에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