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넘기기, 뜯어내기, 자화자찬하기. 이 정권의 3대 특징인 것 같다. 4대강 파내기 사업 펀딩과 시행은 수자원공사에 떠맡기고 기껏해야 이익단체 역할만 할 민간협회의 운영기금은 통신3사가 부담하도록 청와대가 나선다. 내년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를 ‘단군 이래 최대 외교적 쾌거’라고 자뻑한다. 특히 앞의 두개가 내가 내는 휴대폰 사용료와 물값과 관련있다는 생각을 하니 열받는다. 단군 이래 최대 외교적 쾌거에 대해서는, 음, 잘 모르겠다. 단군 이래 상당한 조크 중 하나라는 것밖에는. 다만 오는 10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OECD 세계포럼에서 우리나라는 주최자로 멍석만 깔았지 ‘발전 측정, 비전 수립, 삶의 질 향상’이란 의제에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안다. 사실 뭔 할 말이 있겠니.
이 정권의 최대 뚝심맨 최시중 아저씨를 국감장에서 절절매게 만든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꼭 정체모를 집단일수록 이렇게 이름이 길어)에 대한 청와대의 지원 오지랖은 넓다 못해 남의 것까지 다 쓸어담는다. KT·SK·LG에 100억·100억·50억원을 내라고 ‘독려’ 했다는데 이들 통신3사는 이미 지난해 이 협회 설립 당시 운영비조로 20억원을 뜯긴 바 있다. 아무리 정권 실세와 측근들이 포진한 단체라 해도 방통위 출신 청와대 행정관 한 사람이 주무를 액수는 아니다. 국감장에서는 지금이 전두환·노태우 시대냐는 질타가 쏟아져나왔다는데, 에이 엣지없게스리. 그때는 내라고 하기 전에 알아서 냈잖아요.
국책 사업이자 그렇게 중시하는 국가의 품격과 직접 관련된 4대강 파내기 사업을(정확히는 사업비를) 수자원공사가 상당 부분 맡는 것은 위법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수자원공사 내부 법률검토 결과 나왔으나 국토해양부가 이를 묵살했다. 수자원공사에 다니는 친구의 머리가 요즘 꽤 많이 빠졌다. 잘하면 정부 공 못하면 수자원공사 탓이니까. 지난달 북한의 댐 무단방류로 사망자가 난 연천 사고에서 정작 수자원공사 고위 책임자는 멀쩡하고 해당 실무자들만 형사처벌 받은 사실도 있으니, 그의 고민도 오버는 아니다.
오죽하면 신종플루 확산위험 경고는 사람들 모이는 걸 꺼리는 이 정권의 음모라는 말까지 나돌까. 우기거나 사기를 쳐도 좀 품격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