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 The Inglorious Bastards
1978년 감독 엔조 G. 카스텔라리 상영시간 99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2.0 영어 & 독일어 자막 독일어 부분 영어자막 출시사 세브린필름(미국)
화질 ★★★☆ 음질 ★★★ 부록 ★★★★☆
‘스파게티 웨스턴’의 여파로 꽃핀 1960, 70년대 ‘유로액션’ 장르는 현대 관객에겐 잊힌 지 오래다. 매년 400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됐다는 1970년대 이탈리아 영화산업은 그러니까 이상한 영화의 역사다. 웨스턴의 대가가 복제품 같은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랬듯이) 미국의 이류 배우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인기 액션스타로 행세했으며, 반영웅들이 득실대는 영화는 전쟁영화의 붐에 힘입어 영화시장의 한편을 차지했다. 버림받은 영웅을 기록하고, 버림받은 영화의 역사로 남은 영화들은 그렇게 마초의 마지막 시대를 장렬히 불태웠다.
유로액션의 대표작인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가 근래 새롭게 주목받게 된 건 쿠엔틴 타란티노 때문이다.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오던 영화를 끄집어낸 타란티노가 그 영화의 제목을 자신의 새 영화에다 새겨놓은 것이다. 물론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의 리메이크가 아니다. 분명한 건, 엔조 G. 카스텔라리 감독 앞에서 ‘수치스러운 녀석들’이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타란티노가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를 흠모하고 좋아했다는 점이다(주연을 맡은 보 스벤슨과 프레드 윌리엄슨이 그간 타란티노의 영화에 출연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1944년, 나치 점령기의 프랑스. 죄를 지은 군인들을 감옥으로 호송하던 연합군 트럭이 독일군의 공격을 받는다. 난리통에 수갑을 풀고 무기를 갈취한 여섯 군인은 (마찬가지로 형을 언도받은) 중위의 지휘 아래 중립국 스위스로 탈출을 감행한다. 적군과 여러 차례 맞닥뜨리면서도 끈질기게 헤쳐나가던 그들은 급기야 특공대로 오인받아 특수임무에 투입된다. 나치의 로켓을 해체하고 철교를 폭파하려면 목숨을 바쳐야 할 상황이지만, 그들은 특유의 용맹성을 잃지 않는다.
로버트 알드리치의 <더티 더즌>과 샘 페킨파의 <철십자훈장>이 큰 영향을 끼친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는 전체적인 구성과 만듦새에서 B급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전쟁과 사회·정치적인 이데올로기를 심도 깊게 다루는 대신, 대중의 취향과 바람을 충실히 따르며, 열악한 제작 여건이 반영된 빈곤한 영상이 군데군데 드러나기도 한다(두려움을 모르는 액션 연기와 미니어처 촬영 등의 아이디어가 빚은 원색 영상은 그 맛을 아는 사람에게만 감상의 문을 연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영화제작에 뛰어든 사람들은 싸구려 영화에나 어울리는 얼치기가 아니었다. 68혁명의 시기를 거치며 정치적으로 각성되었으나 그만큼 환멸을 경험한 그들은 혁명의 시간을 당대의 작품 속에 각인시키고자 노력했다.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의 각본에 참여한 로라 토스카노는 겉보기에 거친 남자에 불과한 주인공들이 ‘저항의 시대’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70년대의 마초에겐 복종하지 않는 남자, 위계에 저항하는 남자, 자기만의 룰을 가진 남자’의 정체성이 내재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애초에 감독이 원한 제목은 ‘수치스러운 녀석들’을 뜻하는 ‘Bastardi senza gloria’였으나, 배급사는 다른 제목을 붙였고, 이후 영화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에서 얼토당토않은 제목으로 불리곤 했다. 세브린사는 영화의 30주년을 맞아 홈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원래 의도한 제목을 되살렸으며, 컬트영화의 지지를 표방한 제작사답게 실로 애정어린 블루레이를 내놓았다. 노감독이 30년 전의 현장을 되돌아보는 ‘다시 전쟁터로’(13분), 인터뷰로 구성한 제작기 ‘열차는 달린다’(76분), ‘타란티노와 카스텔라리의 대화’(39분), ‘감독의 70살 생일파티’(7분), ‘특별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12분) 등의 부록에서 제작사의 정성이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