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족의 대모’ 레비야 카디르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사랑의 10가지 조건>(감독 제프 대니얼스)이 또 한번 국제영화제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결정한 대만의 가오슝영화제가 익명의 해커들에게 공격받은 사실이 조직위원회를 통해서 발표된 것이지요. 사태는 이렇습니다. 10월16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되는 가오슝영화제의 공식 웹사이트에 해커들이 원래의 내용 대신 카디르와 달라이 라마의 합성사진을 유포, ‘둘 다 변태’라는 식의 외설적인 표현을 올렸습니다. 또, 조직위원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위구르족 망명지도자 레비야 카디르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가 카디르를 지난 7월 신장위구르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종 폭동의 배후로 지적한 것과 같이, ‘이 모든 것은 그 여자 때문이다’라며 영화제쪽의 상영 중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미 지난 7월에 열린 호주 멜버른국제영화제에서 영화의 상영과 관련해 ‘훙커’(紅客)라고 불리는 중국 인터넷 해커들의 공격이 있었던 터라 이번 상영과 관련한 정치적 잡음이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얼마 전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대만을 방문한 것으로 촉각이 곤두 선 중국으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해킹에 관한 영화제쪽의 의견은 확고합니다. <사랑의 10가지 조건>은 4월에 이미 영화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번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조직위원회는 “영화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은 환영하지만 해킹은 용납할 수 없다”고 영화제 상영에 정치성을 배제해줄 것을 발표했습니다. 멜버른국제영화제에서의 잡음이 영화의 예술성을 떠나 정치적인 것으로 변질된 것과 달리 이번만큼은 영화 자체로서의 평가를 얻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