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호세(에두아도 베라스테구이)는 명문 구단과 계약을 앞둔 전도유망한 축구선수였다. 기자회견장으로 차를 몰아가는 도중에 발생한 그 비극적인 사건만 없었더라면. 5년 뒤. 호세는 형 매니의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으로 일한다. 어느 날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매니가 웨이트리스 니나(타미 브랜처드)를 이유도 묻지 않고 해고하자 호세는 상심한 그녀를 위로하고자 따라나선다. 니나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낙태를 결심한 상태. 호세는 바다를 보고 싶지 않냐면서 그녀를 부모님 집으로 데려가고, 그날 몰았던 자동차 안에서 잊고 싶었던 과거에 대해 고백한다.
호세는 성공의 문턱을 넘기 직전 절망 속으로 발을 헛디딘 불운한 전직 축구선수다. 한 여인에게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앗아간 그는 평생을 죄책감에 몸을 담근 채 살아갈 운명이다.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한 니나는 어쩌면 그보다 더 힘겨운 신세다. 슬픔과 무관심으로 양육된 그녀는 자신을 행복과 인연이 먼 실패자라 생각한다. 뱃속의 아이 역시 자신을 더한 어둠으로 끌어내릴 장애물이라 여길 뿐이다. <벨라>는 누군가에게 반갑지 않은 어떤 선물이 다른 이에겐 다시 없을 뭔가가, 지난날의 실수가 다른 생명을 구할 기회가 되리라 설득하는 영화다. 찬란한 시절에도 거리에서 공을 차는 아이에게 유명 선수의 사인을 받아주겠노라 약조하던 호세는 니나의 불행을 흘려보낼 수 없다. 요란하지만 다정한 호세의 가족은 니나에게 아버지의 죽음으로 얼룩진 유년을 위로할 찰나의 기쁨을 선사한다. 니나는 호세의 격려로 미래에 대한 결정을 번복하는데, 이는 그녀뿐 아니라 호세에게도 옛 과오를 벌충한 중요한 발판으로 작용한다. 더하거나 부족한 것을 각각 나눠 안은 이들은 삶의 아름다움(bella)을 되찾는다.
호세와 니나의 고통, 그 중심에는 가족과 아이가 있다. 이 영화가 발산하는 가장 강력한 빛 역시 호세 가족과의 저녁식사에서 나온다. 멕시코 출신의 어머니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아버지, 운명적인 여인을 만났다면서 내내 들떠 있는 그들의 막내아들은 간혹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고향의 언어를 곁들인다. 억양이 풍부한 스페인어는 식탁의 풍성함을 배가시키고, 태양은 뜨겁고 사람들은 다혈적이라는 중남미를 둘러싼 일종의 환상은 영화에 따스한 아우라를 덧입힌다. <벨라>는 선량한 영화요,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다. 영화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착함에 감동한 관객의 열성으로, 낯익은 배우가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 이 작은 영화는 토론토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미국에서 6개월 이상 장기상영되는 기염을 토했다. 멕시코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영화의 연출자는 멕시코 탐피코의 작은 마을 출신인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 감독. 선한 눈으로 니나를 북돋는 호세 역의 에두아도 베라스테구이 역시 멕시코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