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데스티네이션4>는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법칙은 여전히 그대로다. 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음의 규칙에 의해 하나씩 죽어나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순서대로 배열된 죽음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무시무시한 시리즈를 봐온 것도 이미 네 번째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4>를 보러 온 관객이라면 죽음의 고리를 끊어봐야 죽을 놈은 죽게 되어 있다는 걸 이미 다 알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다양한 생활도구들이 벌이는 고어의 만찬이다. 천장에서 돌아가는 환풍기, 오븐에서 끓고 있는 주전자, 바닥에 엎질러진 탄산음료가 도끼를 든 살인마보다 더 무섭다는 걸 증명해온 시리즈인 만큼 <파이널 데스티네이션4>도 살인도구를 창조하려고 머리를 꽤 굴리는 편이다. 수영장 배수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좀 뜬금없긴 하지만.
워낙 규칙이 공고한 시리즈다보니 제작진이 업그레이드할 건 별로 없다. 다만 <파이널 데스티네이션4>는 시리즈 사상 최초로 (최근 유행에 따라) 3D 입체영화로 만들어졌다. 희생자를 향해 날아오는 타이어나 뾰족한 못 따위가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듯한 잔재미가 부가된 셈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3D 입체영화의 잔재미에 지나치게 몰두하다보니 전작들보다 살해 시퀀스의 긴장감을 직조하는 데 영 신경을 덜 쓴 모양이다.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과 살해 시퀀스의 리듬감이 시리즈 중 가장 떨어지고 고어의 창의력도 영 부족하다.
국내 기자시사회는 3D 입체가 아니라 2D로 열렸다. 그러니 3D 입체효과가 어느 정도로 잘 구현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면 반드시 3D 입체로 보길 권한다. 주인공이 “3D 입체영화를 보러간다”며 홍보하는 영화니만큼 3D로 보면 실망이 좀 덜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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