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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와 실제세계의 공존 <게이머>
이주현 2009-09-30

synopsis 가까운 미래, 사람들은 온라인 FPS 게임 ‘슬레이어즈’에 열광한다. 슬레어어즈는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공간에서 사형수를 게임 속 캐릭터처럼 조종해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슬레이어즈 최고의 파이터 케이블(제라드 버틀러)은 자신을 조종하는 십대 소년 사이먼(로건 레먼)의 손에서 벗어나 가족을 찾으러 나선다. 슬레이어즈와 소사이어티(가상세계)의 창조자 켄 캐슬(마이클 C. 홀)은 프로그램을 망친 케이블을 완벽히 조종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와 대결한다.

<게이머>는 가상세계와 실제세계를 공존시키면서 그 둘의 경계를 지운다.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누군가는 게임 속 삶을 실제로 산다. 케이블은 십대 소년이 조종하는 게임 속 캐릭터인 동시에 ‘슬레이어즈’에 끌려와 가족과 헤어지게 된 사형수다. 현실이 곧 게임인 삶이다. 단적으로, 케이블은 게임이 펼쳐지는 가상공간에서 목숨을 건 필사의 도주를 감행하는데 그때 그를 조종하는 사이먼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내 게임을 망쳐놨어.”

사람이 사람을 조종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게이머>는 시각적 효과에 기대 영화의 판을 펼쳐놓는다. 자극적이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 액션신이 시시하다는 게 아니라 강하고 강하고 강한 것만 계속해서 보여주다 보니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기도 전에 피로감이 몰려온다. 감독 마크 네벨다인과 브라이언 타일러는 쉴새없이 몰아치는 액션만 보여줬던 전작 <아드레날린 24>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그럴듯한 아이디어로 거창하게 시작은 했지만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 얼렁뚱땅 마무리짓는다. 러닝타임을 늘려서라도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었더라면 <매트릭스> 시리즈에 비견되진 못하더라도 그럴싸한 철학적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영화가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건 역시 화려한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다. 제라드 버틀러는 <300>에서 100만 대군과 맞서 싸우던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온다(모든 화살이 비껴갔듯 모든 총알은 그를 비껴간다. 심지어 나노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마인드 컨트롤 시스템까지도). 그보다는 마이클 C. 홀, 카이라 세드윅, 로건 레먼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연기를 볼 땐 그나마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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