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3부작’(<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로드>로 유명한 매카시의 대표작이다. 사막을 무대로 한 묵시록적 서부 소설 연작이다. 서부물이라고 해서 악과 싸워 이기는 선이 존재한다거나, 스릴 넘치는 총격전이 주를 이룬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을 처음 읽었던 때, 일주일가량 앓은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막과 소년들과 언제나 ‘저편’만이 존재하는 국경이 등장하는 악몽에 가까운 꿈이 밤마다 찾아왔다.
‘국경 3부작’은 앞 두권의 이야기가 마지막 <평원의 도시들>에서 대단원을 맞는 구성이다. 그러니 세권을 차례로 읽는 게 가장 좋겠지만 세권을 벼르다 한권도 읽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 한권을 추천한다면 두 번째 책인 <국경을 넘어>가 좋을 것 같다. 소년은 부모와 살던 농장에 출몰하던 늑대에 매혹된다. 소년은 어른들이 늑대를 발견하면 총으로 쏘아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소년은 늑대를 데리고, 늑대와 단둘이, 늑대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국경 너머의 나라로 떠난다. 그곳에서라면 늑대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소년은 국경을 넘어 어느 마을에 도착하는데, 늑대는 많은 구경꾼을, 그리고 개들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늑대를 소년에게서 빼앗아 우리에 가둔다. 그 의미는 이내 분명해진다. 어느 날 잠에서 깬 소년은, 사람들이 파놓은 구덩이 안에 늑대가 들어가 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사람들은 그 안에 개를 한 마리씩 풀어넣는다. 늑대는 두 시간 동안 죽을 듯 격렬하게 여러 마리의 개들을 차례로 상대한다. 구경꾼들은 잔뜩 흥분해 있다. 밤이 깊어가고, 광란은 심해진다. 소년은 깨닫는다. 늑대는 결코 자유를 되찾을 수도, 가족을 만날 수도 없을 것이다. 개들에게 물어뜯겨 걸레처럼 너덜거리는 몸을 한 늑대의 눈은 처연하다. 소년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한다. 소년은 가지고 있던 총으로 늑대를 쏘아 죽인다. 늑대의 죽음은 소년이 계속해야 할 여정의 도입부에 불과하다. 집에 돌아오니 부모는 말도둑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되었고, 동생은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결국 소년은 동생을 훔쳐 다시 국경을 넘는다.
소년이 길 위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죽음, 죽음, 죽음이다. 이 책들은 지극히 미국적이고 남성적인 서사(매카시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겠다)를 보여준다. 처연한 아름다움은 승리하는 선을 위한 것도 아니고, 스릴이나 해피엔딩을 위한 것도 아니다. 땅을 딛고 살아남는다는 일의 고독을 알아가는 코맥 매카시와 그의 소년들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