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제주도로 휴가를 간 짱구네 가족. 해변에서 짱구와 흰둥이가 즐겁게 놀던 중, 어떤 괴물체가 흰둥이 엉덩이에 기저귀처럼 달라붙는다. 그 괴물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지구를 한번에 보낼 수 있는 위력을 가진 폭탄인 것.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우주감시센터(U.N.K.A, 응카)는 흰둥이를 우주선에 태워 지구 밖으로 보내려고 한다. 짱구의 부모님 역시 어쩔 수 없이 흰둥이를 내주기로 동의한다. 여기에 미녀테러집단 개양귀비 가극단이 가세해 폭탄을 가로채려 하는데. 짱구는 가족인 흰둥이를 누구에게도 내줄 수 없다는 자세다. 과연 폭탄 기저귀를 찬 흰둥이는 무사할 수 있을까.
짱구는 못 말리는 아이였다. 어른들의 야한 농담을 거침없이 내뱉고, 액션가면과 황금건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장난꾸러기였다. 그런데 15번째 극장판인 <태풍을 부르는 노래하는 엉덩이 폭탄>에서도 못 말리는 짱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짱구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성장하는 짱구의 이야기가 이번 극장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시리즈 탄생 15주년(이 작품은 2007년작으로, 이후 <엄청난 태풍을 부르는 금창의 용사>(2008), <오타케베! 카스카베 야생왕국>(2009)이 일본에서 개봉함)을 기념하여 무토 유지 감독이 꺼낸 카드는 다름 아닌 짱구네 가족이 기르는 개, ‘흰둥이’다. 감독은 흰둥이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흰둥이를 통해 짱구를 비롯한 가족들을 드러낸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폭탄 기저귀도 짱구가 아닌 흰둥이가 차고, 우주선을 강제로 타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흰둥이가 짱구를 위해 자발적으로 걸어가는 장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는 짱구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던 그간의 에피소드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이같은 전략을 통해 영화는 기존의 캐릭터와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신선함을 적절하게 보여준다. 가족 누구보다도 흰둥이를 지키려고 하는 짱구의 노력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그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흰둥이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짱구에게 감동받으면서도 자신에게 잘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뒤끝부터 “힝”이란 신음소리를 빼곤 말 한마디 못하지만 누구도 안 넘어갈 수 없는 슬픈 눈빛까지, 이 모든 것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그러니까 엄마들은 안심하고 이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된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나 짱구의 변태적인 행각보다 성장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의 가족이 보여주는 사랑 또한 따뜻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리말 녹음으로 상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