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카프카의 심판> 관람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난 9월14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으로부터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그는 지난 6월 <위클리 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명백한 민간사찰과 국정원법 위반’을 지적하면서 “행정안전부와 계약한 지역홍보센터 사업, 하나은행과 추진하기로 했던 마이크로 크레딧 같은 소기업 후원 사업이 모두 무산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정원에서 개입했다고 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국정원쪽은 “국가안보기관으로서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소송을 낸 것. 1960년대부터 한국 현대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온 국정원의 이미지가 그토록 부서지기 쉬웠던가…. 그게 사실이라면 자칭 ‘대한민국의 힘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그들의 호언장담을 앞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한국이 점점 미국의 좋지 않은 점만 닮아가는 것 같은데, 최근 들어 부쩍 빈번해진 ‘쓸데없는 소송 남발’건만 해도 그렇다. 어이없이 날벼락 같은 소송에 휘말리게 된 박원순 이사에게 오슨 웰스의 <카프카의 심판>을 권한다. 자신이 왜 고발당했는지 알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요제프 K의 여정 도중에, ‘무죄방면’이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향한 갖가지 방안이 제시된다. 그것들 모두, 이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숙지하면 좋을 법한 잠언들이기도 하다. 부디,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