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흔히 ‘교수위원회’로 불렸다. 위원들 중에 현직 교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임기 동안 세 차례의 변화를 겪은 1기의 경우는 2, 3명 정도의 교수가 있었지만, 2기 영진위에서는 6명의 위원이 교수였다. 3기 때는 3명이었는데, 4기 위원회에 와서 5명의 교수가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또다시 교수위원회로 불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11일 발표한 6명의 신임 비상임위원들은 어떻게 불릴까. 이덕화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정초신 한국영화감독협회 부이사장, 조동관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이사장, 이대현 <한국일보> 논설위원,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김동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새로운 위원들이다. 대표직함 외에 교수로 불리는 위원들은 있지만, 교수위원회로 불리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눈에 띄는 직함들로 작명을 한다면 ‘이사장 위원회’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역대 영진위 가운데 가장 많은 이사장을 가진 위원회로 기록될 것 같다. 영진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정보에 따르면 역대 위원회를 통틀어 이사장은 3기의 김동원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과 1기의 김명자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뿐이다.
이사장 위원회가 된 이유는 여러 갈래로 생각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이유로 꼽히는 건 영진위 출범 때부터 빚어온 신구 영화인 사이의 갈등이다.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로 바뀌면서 원로영화인들은 영진위를 ‘그들만의 것’이라고 비난했고 때로는 해체를 요구했으며, 영진위가 국민의 혈세를 전횡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한국영화감독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영진위를 해체하고 영상진흥원(가칭)을 설립하라”며 “한국영화계를 유린한 세력들은 사죄하고 물러나라”고 외쳤다. 이념공세도 있었다. 같은 해 5월, 감독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등 8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 “현재 진행 중인 위원장 선임 과정에 좌파 영화인들의 전략이 반영됐다”며 “이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물을 추대하려 기업 CEO를 위원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위원회 구성에서 이들 단체의 이사장, 부이사장이 선출된 것 또한 그들의 입장을 끌어안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사장 위원 외에 다른 위원들이 가진 입장은 어떤 것일까. 김형수 교수와 김동률 연구위원은 아직 영화계에서는 생소한 얼굴들이다. 이전 활동에서 한국영화계에 대한 생각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들과 달리 이대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살인의 추억>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정도로 영화계와 밀접한 관계을 맺어왔다. 지면을 통해 영진위에 대한 생각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의 2008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영진위가 꼴찌 점수를 받았을 때, 그는 <한국일보> 칼럼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를 두고 ‘MB 정부식 개혁’ 잣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영진위를 들여다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민간 행정기구로 출범한 영진위는 정권의 배려와 한국영화의 호황, 많게는 1년에 1천억원이 넘는 예산(영화진흥금고) 집행자로 호사를 누려왔다. 여기에는 코드 인사로 채워진 위원장과 위원들의 직무 유기도 한몫을 했다.” 정론직필한 언론인의 글이겠지만, 어디선가 자주 들은 이야기다. 이사장님들과도 뜻이 맞을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