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에 관한 책은 많다. 해외에서 발간된 책은 셀 수 없을 정도이고 국내 번역본만 해도 10종이 넘는다. <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이 책이 포괄하는 방대한 자료 때문이다. ‘완전한 비틀스 연대기’라는 제목이 어울리게 이 책은 1957년 비틀스의 전신(前身)인 쿼리 멘 결성부터 공식적으로 해체한 1970년까지의 일을 시기별로 상세하게 정리한다. 그 상세함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비틀스의 스튜디오 녹음 일정과 내용뿐 아니라 작은 클럽부터 대형 경기장에서 열린 모든 공연까지 꼼꼼하게 담고 있다는 말이다. 이 모든 기록이 날짜별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저자가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드러내는 증거이며, 커다란 판형과 전면에 사용된 컬러용지는 그 노고를 담아낼 유일한 형식이었으리라.
사실, 이 책은 비틀스의 초심자용이 아니다. <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은 비틀스의 결성에서부터 멤버 교체, 브라이언 엡스타인이라는 걸출한 매니저의 출현, 거물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의 만남, 인도 여행,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만남과 파장, 폴 매카트니의 사업수완과 팀의 와해 등 비틀스가 걸어온 길을 죽 정리하고 각 앨범이 어떻게 기획돼 어떻게 녹음됐는지 상세하게 기록했지만, 뒷얘기나 각 멤버의 입장, 그리고 저자의 주관적인 견해는 거의 배제하기 때문이다. 대신 비틀스의 마니아라면 각 앨범의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져 어떤 방식으로 녹음됐는지 상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며, 전세계에서 펼쳐진 공연이 전체 활동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이들이 <Revolver>로 ‘혁명적 단절’을 이루게 된 과정이나 ‘화이트 앨범’이라 불리는 명반 <The Beatles> 녹음과 밴드의 해체는 어떤 관련을 갖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는 얘기.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도 멤버와 주변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이 부족해 아쉬움을 느끼는 ‘비틀마니아’라면 좀 기다려야 한다. 마크 루이슨이 저술 중인 비틀스 전기 3부작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차례로 해외에서 출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책과 디지털 마스터링을 거쳐 재발매되는 비틀스의 음반들을 위해 지갑을 털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