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쿠바의 하바나. 루이(알베르토 요엘 가르시아)와 티토(로베르토 산 마르틴)는 재능 넘치는 젊은 음악인이다. 생활은 어렵고 지치지만 음악의 힘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무명 뮤지션들이다. 그들이 우연히 스페인에서 온 거물급 프로듀서를 만나게 되고 실력을 인정받아 스페인 음반업계의 진출까지 약속받는다. 하지만 공정치 못한 계약 조건을 알게 되고 그들의 밴드는 내분에 빠진다. 루이와 티토는 동료들을 버리고 갈 것인가 하바나에 남아 지금처럼 살 것인가 결정의 기로에 놓인다.
빔 벤더스의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보고 나면 한 가지 공상을 하게 된다. 하바나의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어느 허름한 노인도 실은 빠짐없이 음악의 명인이지는 않을까. <하바나 블루스>를 보고 나면 비슷한 공상에 빠지게 된다. 거기 어느 광장에서 접하는 젊은이라도 신명나게 연주하고 노래할 줄 아는 유능한 음악인은 아닐까. 이 영화에서 쿠바의 하바나는 먼 이방인에게 한 국가의 수도가 아니라 지도 위의 이상향이고 낭만의 멜로디가 넘치는 음악의 파라다이스처럼 여겨진다. 하바나에서 영화를 공부한 이 영화의 감독 베니토 잠브라노가 “<하바나 블루스>는 쿠바와 음악, 쿠바인들의 정서에 관한 영화다”라고 말했을 때 그는 그런 낭만적 정체성이 표현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하바나 블루스>는 시종일관 흥겨운 음악과 그 연주 장면으로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 쿠바의 하바나를 음악적으로 꿈꾸도록 유도한다.
<하바나 블루스>는 2005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상영되었을 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평이 야박했던 것은 아니고 다소 빈약한 이야기, 인물들의 평이한 연기와 연출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가 담고 있는 음악이 신명나지만 작품 자체로 신명을 끌어내지 못하는 결함은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아도 크게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불현듯 한국 극장에 걸리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듣기 흥겨운 멜로디가 많은 쿠바의 이 음악영화가 우리를 찾은 이유는, 어쩌면 단 한 가지, 여기 아름다운 음악이 있고 지금 가을이 오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편차있는 몇몇 음악영화의 작은 흥행 성과들이 이 뒤늦은 개봉을 불렀을 것이다. 다만 빔 벤더스의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 나오는 음악들이 명작이라 하여 그 영화가 덩달아 명작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하바나 블루스>에는 더 강력하게 적용되며 어떤 선택의 기준이 될 것 같다. <하바나 블루스>는 음악으로는 흥겹고 영화로는 조금 심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