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여름 극장가의 감초가 되어버린 애니메이션.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 칸영화제가 처음으로 이 신생 장르를 개막 작품으로 상영했다면? 디즈니 픽사의 새 작품 <업>에는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다. 센 강변에 자리잡은 3D 시스템이 갖춰진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목요일 오후에 <업>을 3D로 관람한 뒤 특별 안경을 반납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가 만난 기타리스트 트리스탄 브라셰. 지난밤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신 터라 사진 찍기를 피하더니, 결과는 포토제닉이다.
-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면서 영화 보러 올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픽사에서 만드는 모든 애니메이션을 보고서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니모를 찾아서>를 제외하고는. <월·E>를 보고서는 거의 울 뻔했다. 이 영화도 칸영화제 때부터 보고 싶었다. 개봉날부터 계속 보러 오고 싶었는데, 이번주에야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실은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3D 광고 중 하나의 기타 작업에 참여했다. 수도 없이 들었던 음악이지만, 3D 극장에서는 어떻게 들리나 겸사겸사해서 왔다.
- 결과는 만족스러운가? 애니메이션 그리고 3D 광고 사운드 효과 둘 다. (웃음)둘 다 만족스럽다.
- 이제 영화 얘기로 들어가보자. 어떤 점이 좋았나. 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한 가지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좋은 면들을 보지 못하고 영화에 집중을 못하는 편이다. 이 작품은 모든 면에서 맘에 들었다. 캐릭터, 이야기, 비주얼, 사운드, 특수효과 모든 것이 말이다. 정말 너무 감동적이다.
-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은 작품마다 특별한 캐릭터를 창조해내지 않았나. 물고기, 로봇,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 뭔가 색다른 인물들이다. <업>의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고 보니 너무 평범하고 현실적인 등장인물이라 감정이입하기가 더 쉬웠던 것 같다. 처음 10분 동안 프레드릭슨의 인생을 보여주는 시퀀스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아, 삶이란, 이라는 고민을 한 것은 처음이다. 정말 파워풀한 캐릭터, 그리고 이야기 구조라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슬펐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꼬마 러셀, 혼자 외롭게 늙어가는 프레드릭슨의 캐릭터를 보면서 말이다. 두 사람 다 현실을 (즉, 외로움을) 잊어버리기 위해 모험에 집착하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4살짜리 조카가 있는데,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
- 아마도 조카는 당신이 이해했던 슬픈 면들을 다 읽지 못하고 신나는 모험의 세계만 보면서 즐거워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현실적인 ‘할배’ 그리고 ‘꼬맹이’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여서 감동적이고 재밌었던 것 같은데. 맞다. 극장 안에서 웃는 어린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너무 주관적으로 해석한 것 같다. 너무 현실적인 할배 캐릭터와 ‘말하는 개’ 같은 초현실적인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게 매력적이었다.
- <업>을 현재 극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비밀의 문>이나 <아이스 에이지3: 공룡시대>와 비교하자면 어떤가. 두 작품은 봤나. <코렐라인…>은 봤지만 <아이스 에이지3…>는 아직 안 봤다. 실은 <코렐라인…>에 좀 실망해서 <아이스 에이지3…>를 건너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코렐라인…>은 비주얼적으로 귀여웠지만, 이야기가 너무 식상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진부한 스토리라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한 가지가 맘에 안 들면 영화에 집중을 잘 못하는지라 별로 재밌게 보지 못했다.
- 아주 엄격한 관객인 것 같다. 좀 예민한 것은 사실이다. 뭐 여하튼 감동이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숙취 때문에 3D 이미지를 보는 게 잠깐잠깐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평이 너무 멜랑콜리했던 건 아닌가 한다. 영화는 정말 재밌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