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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의 영화 판.판.판] 부산에서 마스크맨이 출현하여도…
문석 2009-09-14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의 남포동 거리 풍경

영화계만큼 신종인플루엔자와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분야도 많지 않다. 사람들이 모여야만 성립되는 비즈니스의 특성상 영화는 공연, 스포츠 등과 함께 이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의 위험에 정면으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각 극장이 부랴부랴 세정제 등을 구비하는 것은 관객의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비즈니스의 사활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신종플루가 지금보다 광범위하게 퍼진다면 극장처럼 사람이 밀집된 곳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국제영화제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5월 칸영화제 초반부의 키워드가 신종플루였듯, 세계 각국 영화인과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한데 모이는 국제영화제는 바이러스가 확산될 위험성이 큰 공간임에 틀림없다. 지난 9월8일 열린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기자들이 묻기도 전에 “부산시와 영화제 사무국, 부산 백병원이 연계해 대책팀을 마련하고 상영관 소독과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물론 부산을 찾으려는 시네필의 입장에서는 이 짤막한 발언이 신종플루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

신종플루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에 관한 질문에 부산영화제 강성호 사무국장은 “세 단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첫 번째 단계는 개인 위생 관리다. 1회용 손세정제를 8만개 정도 준비해서 관객이 영화를 관람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게스트들을 위해서 50mm 사이즈의 세정제 5천개를 지급한다는 것. 또 상영관이나 행사장 주변에 세정제 디스펜서를 설치할 계획이다. 두 번째 단계는 공간 방역이다. 부산시 방역당국과 영화제 사무국은 매일 밤 상영이 끝난 영화관과 행사장에 살균제를 분무해 공기 중에 남아 있을 바이러스를 차단할 방침이다. 상영관, 행사장, 야외상영장 입구에는 살균게이트도 설치된다. 살균게이트는 공항 보안검색기와 비슷한 모양으로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세정제가 분사된다. 세 번째 단계는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발생될 경우에 대한 대비다. 강 국장은 “그랜드호텔에 부산 백병원이 임시 데스크를 마련해 외국어가 가능한 의사, 간호사, 약사를 배치한다. 진단키트 등을 이용해 검진해서 경우에 따라 현장에서 치료를 하거나 인근 보건소나 병원으로 이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름 체계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이런저런 고민 또한 존재한다. 우선 예산이 가장 큰 문제다. 방역시설이나 세정제에 대한 예산은 애초 잡아놓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예비비에서 지출한다는 방침이지만, “업체들로부터 협찬을 받는다 해도 1억원 이상 추가로 필요할 전망”(강성호 사무국장)이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그래도 영화제가 “일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어서 예산문제는 차후에 정리할 방침이다.

사소한 듯해도 민감한 문제가 또 하나 있다. 관객을 가장 많이 상대하는 안내데스크나 티켓데스크의 자원봉사자들에게 마스크를 씌울 것인지 여부다. 원칙적으로야 마스크를 쓰는 게 맞겠지만 관객에게 불안감과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일단 자원봉사자들이 손을 자주 세정한다는 정도로만 원칙을 세운 상태다. 그러니 부산을 찾는 영화광들이여, 혹시 ‘마스크맨’들의 안내를 받는다 해도 ‘다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불쾌하게 여기진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