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선생님은 송강호가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세요, 설경구가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세요? 선생: 나는 말이야, 그 두 사람이 연기를 잘한다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 다 가짜야. 아주 요즘 가짜가 판을 치고 있어. 한술 더 뜬다. 학생: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 니로 영화 보면 사람들이 연기 진짜 잘한다 그러잖아요. 선생: 나는 다 보여. 걔네가 떨고 있는 게 다 보여. 아주 예술을 무시하는 처사야.
KT&G 상상마당 5, 6월 이달의 단편 우수작 <좋은 연기>는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코믹하게 풀어가는 영화다. 연기를 배우려는 학생과 선생의 대사만으로 진행되지만 찰기있는 대사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대한민국 최고 배우 송강호와 설경구의 연기가 모두 가짜라는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영화에 녹여 넣고, 지도 교수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시작되는 대사를 버무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알고 봤더니 안재홍 감독은 대학에서 영화 연출이 아닌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교수님들은 좋은 연기를 해야 된다, 이런 건 안 좋은 연기다, 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좋은 연기라는 게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지 않을까. 이것도 좋은 연기일 수 있고 저것도 좋은 연기일 수 있고. 내가 궁금해서 한번 찍어봤다.” 말하자면 <좋은 연기>는 안재홍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 누구보다도 잘 다룰 수 있는 주제를 “부담없이 찍은” 영화인 셈이다.
지도 교수인 홍상수 감독이 <좋은 연기>를 본 감상은 이렇다. “귀엽다.” 그리고 덧붙여진 건 “허허허” 웃음. “3학년 1학기 홍상수 교수님 워크숍 수업 때 만든 작품인데 학생들이 가져온 시나리오를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주신다. 되게 자상하시다.” <좋은 연기>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고 한다. “(목소리 흉내내며) 재홍아, 이 신은 쌈빡하게 찍어야 해. 쌈빡하게.” 결과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쌈빡한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앞부분과는 확연히 다른 톤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좋은 연기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학생 앞에선 세상에서 제일 잘난 선생이 연습실을 벗어나면 그저 “아무것도 아닌 한 사람, 지나가는 사람 중 한명”이 되고 만다. 연기 선생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자체가 거대한 연극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연기>는 안재홍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1학년 때 한편, 군 제대 뒤 또 한편, 이번이 세 번째 작업이다. 배우가 꿈인데 이토록 꾸준히 영화를 찍는 이유는 뭘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예전엔 감독이 연기 지도를 하면 쉽게 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감독도 답답하고 배우도 답답한 상황인 거다. 그런데 1학년 때 영화를 직접 찍어보니까 알겠더라. 감독들이 왜 답답해하는지. 서로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니까 연기하면서 몸이 많이 열리는 것 같다.” 결국 영화를 찍는 건 좋은 연기를 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서다. “사람들이 저 배우는 참 연기를 진심으로 한다. 연기할 때 거짓말 안 한다. 그런 말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를 찍으며 연기를 공부하는 안재홍 감독이 정답없는 길을 어떤 품새로 걸어나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