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삶도 그렇지만 이 이야기도, 행복한 결말을 맺으려면 말이다, 아가, 희생이 필요해. 즉 누군가의 불행 말이다. 절대 잊지 마라. 한 가지 행복마다 두 가지 불행이 생겨난단다.” 상상 속 이야기에서조차 비극만이 가능한 이곳은 ‘아프가니스탄 어느 곳, 아니면 다른 곳’이다. 마치 적막한 무대 위에 조명이 켜지듯 작은 방이 먼저 보여진다. 한 남자가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고, 아름다운 여자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녀는 그의 아내이고, 그들에게는 두딸이 있다. 그녀는 연주를 굴리며 신의 이름을 암송하며 남편이 깨어나기를 기다린다.
돌덩이처럼 꼼짝 않는 남편, 집 밖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폭격 소리. 여자는 신의 이름 대신 다른 말을 주워섬기기 시작한다. 시아버지가 말했던 ‘인내의 돌’ 이야기가 생각나서다. ‘인내의 돌’, 그 돌을 앞에 놓고 그 앞에서 모든 불행, 모든 괴로움, 모든 고통, 모든 비참한 이야기 이런 걸 다 탄식하며 털어놓으면 된다. 어느 날 그 돌은 비밀을 모두 빨아들이다가 탁 깨지는데, 그날, 이야기한 사람은 모든 고통에서 해방된다. 여자는 남편에게 속삭인다. “난 그 돌을 찾은 것 같아.” 돌처럼 누운 남편 앞에서 그녀는 모든 비밀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가족의 역사와 그녀의 비밀을.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집에 쳐들어왔던 소년 병사가, 그녀를 창녀로 알고는 돈을 내밀며 그 대가를 요구한다.
2008년 프랑스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인내의 돌>은 아티크 라히미의 책이다. 5년 전 칸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대지와 먼지>라는 영화로 선을 보였던 영화감독이자, 그 영화의 원작 소설 <흙과 재>로 명성을 얻은 작가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나고 자랐으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프랑스에 망명해 지금까지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의 책이다. 방 안의 적막과 멀리서 울리는 포탄 소리, 불쑥 들이닥치는 불청객들과 짙게 드리워진 비극의 그림자, 그리고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비극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 그 운명을 현실로 만드는 아름다운 여자. 그녀의 시아버지는, 행복한 결말이 있기 위한 조건을 이렇게 정의한다. “세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거야. 자기애, 아버지의 법, 어머니의 도덕.” 이 이야기는 그렇게 국경을 넘고 시간을 넘어 고전적인 비극의 울림을 완성한다. 그 세 가지는 결코 포기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