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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맛] 네오 마초, 어딨니?

클라이브 오언과 ‘진짜 남자’

며칠 전 나로호 발사 실패 충격도 무력화시킬 만큼 경천동지할 톱스타 여배우의 비밀결혼 소식을 듣고서 적막강산이 따로 없던 사무실에 갑자기 텔레비전에 나오는 신문사처럼 분주한 활기가 돌았다(내가 주동이 됐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다). 마감 중이던 우리 팀 여기자 셋은 현안을 파고드는 기자 정신을 발휘해 ‘의문’, ‘비밀’ 따위의 단어가 주로 등장하는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다가 한 가지 날카로운 의문에 봉착했다. “도대체 왜, 왜, 왜, 결혼했을까?”

돈? 돈 많은 남자라면 57박58일 단체 면접봐야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달려들지 않았을까? 외모? 갖가지 추정자료를 검토한 결과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젊음? 구구한 억측으로 보나 하다못해 ‘여권 나이’로 보나 그럴 리 없고.

“그는 진짜 사나이가 아니었을까?” 셋 중 하나가 말했다. 웃자고 한 이야기였으나 나름 설득력있는 답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사나이. 그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던가. 언젠가 우리 지면에 상담글을 기고하는 김어준은 ‘땅에 떨어진 돌쇠의 도를 되찾을, 네오 마초가 필요한 시대’라고 일갈한 적이 있다. 여기서 돌쇠라 함은 여성에게 들이대는 데서 얄팍한 자존심 따위 내던져버리고 스트레이트하게 질주하는 진짜 사나이의 동의어 되겠다. 그럼 진짜 사나이란 무엇일까? 손잡은 지 100년 됐는데 이제 키스하면 제 감정이 너무 앞서가는 거겠지요? 라고 조심스레 묻는, 왜 그녀는 준비된 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않을까요? 근심하는 ‘요즘 남자’의 반대말이라 할 수 있겠다.

사나이라는 말은 요즘 세상에서는 퇴출된 단어나 다름없다. 하지만 쿨하고 깔끔한 남자가 대세라고 하더라도 한 떨기 끈적임과 거칠고 직설적인 무엇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열망하는 건 나만의 변태적 성향일까? 언젠가 영국 남자 배우들에 대해 수다를 떨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꿈속에라도 만난다면) 물론 콜린 퍼스를 선택해야겠지. 하지만 클라이브 오언이 나를 확 끌고 간다면….” ‘그걸 어떻게 거부해, 아우’를 의미하는 신음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40평대 아파트 당첨됐지”라고 뿌듯해할 것 같은 콜린 퍼스보다는 “지구가 반쪽이 나도 넌 내가 지킨다”라고 버럭 외칠 듯한 클라이브 오언 같은 남자, 그가 진짜 사나이 아니겠는가.

내가 친한 남자들이나 연애했던 남자들, 그리고 결혼 뒤 남자의 탈을 쓴 여자로 입증된 남편에 이르기까지 마초랑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게 사실이다. 그래도 초식남, 토이남 등등의 단어들만 만연한 이 세상에서 진짜 사나이를 한번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든다. 아 물론 김어준 말마따나 ‘인문학적으로 각성된’ 네오 마초면야 금상첨화겠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매력적인 진짜 ‘싸나이’만 만나더라도 간만에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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