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업어다 기른 지 1년이다. 고양이를 기르다보니 예전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길고양이들과 매일매일 마주친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한 지역에 머물며 살아간다. 덕분에 고양이 사료를 매일매일 주머니에 넣고 걷는다. 며칠 전에 본 길고양이가 나타나면 사료 한줌이나마 바닥에 뿌린 뒤 잘 살아가라고 빌어준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시인이자 여행작가인 이용한이 1년간 사진과 글로 기록한 동네 길고양이들의 이야기다. 겨울로부터 막을 올린 책은 겨울을 마지막 장으로 끝난다. 어떤 고양이는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어떤 고양이는 자동차에 깔려 죽는다. 어떤 고양이는 그냥 사라진다. 이용한의 글은 감상적이지 않다. 그는 서서히 고양이들과 친구가 된 뒤 담담하게 그들의 삶과 죽음을 기록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며 눈물을 뚝뚝 흘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양이책을 보며 우는 남자라니 너무 초식남스럽다고? 이 책을 읽고나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두고보자). 고양이 애호가라면 혼자 읽으며 눈물 짓지 말고 두권을 사서 한권은 누군가에게 선물하시라. 이 책의 또 다른 목적은 결국, 길고양이에 대한 한국인의 지독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