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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의 영화 판.판.판] 채무변제 파티
문석 2009-08-31

지난 6월에 열린 인권영화제

채무변제 파티라니. 독립영화 감독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영화제 인디포럼이 오는 9월12일 저녁 서울 명동 비어플러스에서 여는 행사의 이름은 묘하다. ‘채무변제’는 뭐고 ‘파티’는 대체 뭔가. 인디포럼이 이 행사를 여는 사정은 이렇다. 인디포럼은 14번째가 되는 올해 행사를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에 열었다. 포스터나 전단 같은 인쇄물을 만드는 데 900여만원이 들었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2000년부터 매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화단체사업지원을 1500만원 수준으로 받아왔기 때문이다. 인디포럼은 이 지원금으로 행사비용을 조달하고 운영을 해왔다.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7월16일 영진위가 발표한 단체사업지원 결과 인디포럼이 빠진 것이다. 인권영화제, 서울국제노동영화제 등도 마찬가지다. 독립영화계는 여러 정황을 들어 지원 중단이 지난해 촛불집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씨네21> 715호 포커스 참조).

이유야 어쨌건 인디포럼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당연한 일이다. 일일호프와 형식이 비슷할 채무변제 파티는 그래서 기획됐다. 이 자리에는 인디포럼과 독립영화의 관객을 기본으로 독립영화계와 충무로의 영화인, 영화단체들이 참여할 예정이며 영화배우들의 지지발언이나 캐비넷 싱얼롱즈 등의 공연도 열린다. 인디포럼의 한 관계자는 “파티를 열어 후원금을 모은다고 해서 충당해야 할 금액을 다 마련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행사는 약간 다른 뜻도 있다”고 말한다. 인디포럼을 주최하는 독립영화 작가회의 의장인 이송희일 감독은 이 행사와 관련한 편지에서 “우리는 이 파티를 열며, 그간 인디포럼을 비롯한 다른 군소 영화제들이 정부 보조금에 길들여져 행여 자생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치열한 사유와 반성이 곁들여지기를 원합니다”라면서 이 파티가 이후 영화제들이 어떻게 운영돼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인디포럼은 앞으로도 영진위에 단체사업지원 신청을 하겠지만, 여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생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할 계획이다.

인권영화제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6월 제13회 행사를 개최했던 영화제쪽은 “늘 사후적으로 1천만원 정도를 영진위에서 받아 운영을 해왔다. 올해는 지원금이 없어 잔고가 빈 상황”이라고 말한다. 자립에 대한 고민은 인권영화제 또한 마찬가지다. 김일숙 활동가는 “영진위 지원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온 게 사실인데, 생각해보면 반성할 점도 있다. 영화제에 대한 후원회원을 적극적으로 모으는 일을 게을리했다는 얘기”라고 이야기한다. 인권영화제 또한 일단 자생적인 노력을 통해 내년 영화제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다.

행사의 뒷감당 또는 내년 행사를 위해 자립성을 강화하는 것과 별도로 영진위의 지원 중단의 부당성에 대한 논의도 산발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촛불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위헌’이라는 박경신 교수의 문제제기(<씨네21> 718호 포커스 참조) 이후 해당 단체들은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결국, 인디포럼의 채무변제 파티는 제 발로 서려는 각 영화제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 영진위 지원의 문제점에 관한 논의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십시일반’이라는 이 행사의 구호는 그런 이유에서 정해졌는지도 모른다.